유동성 압박에 시달리는 캐피털사들이 결국 금융당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은행처럼 신규 채권을 정부에서 사주고 은행권 대출 만기를 연장해달라는 것이 요구의 골자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은행처럼 보호해야 할 고객예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리한 영업으로 인한 손실까지 혈세로 구제해달라는 건 지나친 요구"라는 지적도 있어 논란이 될 전망이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 회장ㆍ부회장, 카드ㆍ캐피털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을 만나 여전채(여신전문회사가 발행한 채권) 매입과 은행권 대출의 만기 연장 등을 공식 건의했다. 이들은 "최근 들어 신용경색으로 캐피털채 등 여전채 수요가 급감하고 기업어음(CP) 발행도 어렵게 되면서 자금조달이 막혔다"며 "이대로 가다간 신규대출 영업을 중단하는 업체가 늘어날 수 있다"며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실제로 이들의 자금조달 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할부금융사들의 상황이 특히 심하다. 할부금융사들의 채권 발행 규모는 9월 7,398억원에서 지난달 1,450억원으로 급감했다. 할부사들의 자금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우리파이낸셜은 우리금융지주에서 3,000억원, 하나캐피탈은 계열사인 하나은행에서 2,000억원 규모 유동성 지원을 받기도 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그간 힘든 건 은행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악소문이 두려워 공개적으로 어렵단 얘기를 하지 못했다"며 "정부가 은행권에는 은행채 매입, 원화유동성 비율 완화 등 여러 조치를 취했지만, 제2금융권에는 정부가 너무 무관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객 예금을 받아 관리하는 은행과 캐피털사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저금리를 바탕으로 무리한 영업확장에 나섰던 캐피털사의 영업행태를 감안할 때 캐피털채 매입요구는 도덕적 해이에 다름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04년 말 할부금융사 전체 자산은 약 15조원이었으나 2007년 말에는 28조로 거의 2배로 늘었다. 반면 할부금융사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같은 기간 15.80%에서 12.84%로 줄었다. 캐피털사가 단기조달 자금을 통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나 기업 인수합병(M&A) 등 장기투자에 나서면서 미스매치(기간불일치)가 나타나고, 결국 자산 불건전성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과 달리 캐피털사는 청산되더라도 대출채권을 다른 기관에서 인수해가면 되므로 큰 부담이 없다"며 "이번에 시장을 구조조정할 필요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 은행채 사태 때와 달리 여신업계의 위기정도는 심하지 않고 부실업체 몇 개가 청산되더라도 큰 영향은 없겠지만, 시장에 불안심리를 조장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며 "만일 지원을 해주더라도 대주주의 자금지원 등 자구노력을 전제로 제한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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