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에서 조금 내려와 오른쪽으로 꺾어진 좁은 골목 사이로 들어가면 '벨라 프라하'라는 이국적인 카페 간판이 눈에 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내부장식은 더욱 이국적 정취를 자아낸다. 천장에 걸린 마리오네트(체코 인형극에 쓰이는 전통 줄인형) 세 개는 손님을 향해 발을 까닥이고, 찬장에는 틴성당, 까를교 등 프라하의 랜드마크를 재현한 촛불장식이 즐비하다.
3월 문을 연 이 카페의 소품은 모두 사장인 안찬호(27)씨가 현지에서 구입했다. 안 씨는 "체코에서 전통빵 '뜨르들로(TRDLO)' 굽는 법을 가르쳐주질 않아서 며칠간 매장청소 등을 한 후에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며 "이 카페에서는 차를 마시며 동시에 체코 문화까지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두 번 이 곳을 찾는다는 황현아(24ㆍ여)씨는 "편안하고 이국적인 분위기가 좋아 친구들과 사진을 찍기 위해 자주 온다"며 "실제 프라하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한다"고 활짝 웃었다.
특정한 나라의 정취와 분위기를 자아내는 카페와 와인바가 최근 대학가에서 '도심속 풍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카페는 6, 7곳에 달하고 있는데, 신촌과 합정동 등 대학들이 몰려 있는 곳에서 성업중이다.
이 카페의 특징은 내부장식이 그 나라의 풍취를 느낄 수 있고, 전통음식을 맛 볼 수 있고 고유의 예술작품 등 해당 국가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카페에는 평소에도 대학생들과 직장인들로 붐비고, 주말이면 데이트를 즐기려는 연인들로 가득하다.
홍대 인근 합정역과 상수역 중간에 있는 '프로펫'은 아랍 모로코 스타일을 표방하고 있는 와인바. 7월 문을 연 이 곳은 화려한 색과 타일을 많이 쓰는 모로코 건축 스타일에 맞춰 아치형의 문과 타일 장식의 기둥, 카펫 등으로 내부를 꾸몄다. 벽의 문양들은 조각을 전공한 이치훈(37) 사장이 모로코 관련 사진과 책들을 보며 영감을 받아 직접 만들었다.
동업자 김설희(26)씨는 "분위기에 취해 많게는 8시간 동안 자리를 지킨 손님도 보았다"며 "블로그 등을 통해 카페를 알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특정 국가 작가들의 미술전시회를 열어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카페도 있다.
홍대 정문에서 신촌 방향 200m 지점에 있는 일본풍 북카페 '수카라'는 단정하고 깔끔한 인테리어와 낮은 의자를 배치해 눈길을 끌고 있다. 2006년 8월 개장한 이후 카페 전체를 전시공간으로 꾸며 1년에 3~5회 사진, 회화, 공예분야에 활동하는 일본작가의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국적 카페 등에 이용객들이 물려 들자 해외풍 카페를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하는 곳도 생겨났다.
지난해 11월 강남점 본점을 차린 인도풍 카페 '꽃물'은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현재 분당 등 수도권에 10곳의 지점이 새로 문을 열었다. 이 카페 황주일 실장(33)은 "2년 전부터 인도풍 카페가 열풍이 불어 전국적으로 내기 시작했다"며 "지금도 전국에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에서 이국적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45)씨는 "최근 경기불황으로 손님들이 발길이 줄고 있다"며 "이국적 카페는 외관만 그 나라의 것을 답습해서는 안 되며 전통 음식과 고유의 문화 체험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원 인턴기자(이화여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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