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를 견인해온 중국이 4조 위안(780조원) 규모의 경기 진작책을 발표하면서 침체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 세계 경제에 단비를 뿌렸다.
경기부양책이 발표된 다음날인 10일 중국 상하이(上海) 증시가 7.27%, 일본 증시가 5.81% 각각 급등하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상승세를 탔다.
천문학적인 재원 규모로 시장의 기대를 만족시킨 ‘중국판 뉴딜’은 사회전반에 돈을 쏟아 부어 사회 밑바닥까지 돈이 자유롭게 흐르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0년까지 재정 여력을 총동원해 인프라 확충, 실업자 구제, 농촌 경제 활성화, 1,200억위안 상당의 감세 등 10개 분야에 4조 위안을 투여한다. 특히 인프라 건설에 1조위안 이상이 투자될 것으로 기대돼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인 건설업에 방점이 찍혀있다.
이번 조치는 세계 경기 불황에 따른 중국 경제 성장률 하락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올해 1분기 10.6% 였던 성장률은 3분기 9.0%로 하락한 데 이어 4분기에는 5.8%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내년 전망은 더 어둡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장은 8~9%로 낙관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6%대 성장도 힘들 수 있다는 비관적인 예측을 내놓고 있다.
6년 연속 두자릿 성장을 해온 중국이 향후 잠재성장률(8%) 이하의 성장률을 기록할 경우 기업 연쇄 도산, 실업 등으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우려이다.
현재 완구, 신발 등 노동집약적 가공산업에서 불고 있는 불황 및 도산의 한파는 철강, 자동차 등 중국의 주력 업종으로 확대되고 있다. 폴 캐비 홍콩 멕쿼리증권의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걱정스러워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11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에 제시됐던 사업들을 앞당겨 실행하고 실업 및 증시 안정대책 등을 묶은 부양책을 통해 시장을 안심시킬 수밖에 없었다.
세계는 중국의 부양책을 일제히 환영했다.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경제의 부양은 금융위기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는 중국의 경기부양책은 내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일본, 유럽 각국에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뉴스는 “이번 부양책은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 중 2% 포인트 정도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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