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일을 하면 무서워할 것이 없고, 나쁜 일은 드러나기 마련이니 나쁜 일은 하지 말자는 것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네요"
전남 영광 영광읍 도통리 황샘길에 사는 이병기(86)씨는 동네에서 '청소 할아버지'로 유명하다. "아침밥은 걸러도 아침청소는 거를 수 없다"며 "40년째 매일 1시간씩 아침청소를 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이씨는 매일 아침 6시 30분만 되면 집게, 껌 떼는 칼, 플라스틱 통을 들고 거리로 나선다.
날마다 쓰레기를 줍다가 유난히 담배꽁초가 많은 곳에는 다음 날 재떨이 대용으로 쓸만한 그릇 등을 가져다 놓는다. 이씨는 간혹 개똥도 치우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심코 쓰레기를 버려도 나무라지 않고 마냥 줍기만 한다. "모범을 보이면 그뿐이다. 80대 노인이 허리를 굽혀 바닥의 쓰레기를 줍는 모습이 손가락질하고 언성을 높이는 것보다 백배 낫다"는 생각에서다.
7남 1녀의 자식들에게도 올바름을 가르쳐온 그는 "최근 정부에서 준 표창장을 반납했다"며 "상을 받으려고 청소를 한 게 아니며 어린이들이 보고 배워 자기집 앞이라도 청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40년 동안 아침청소를 하면서 '다동(多動·많이 움직임)의 진리를 깨닫고 환경에 봉사하며 모범의 자세를 보인다'는 3대 청소철학을 얻었다.
서울 자양동에서 택시회사와 부동산중개업을 운영하면서 운동 삼아 시작했던 아침청소는 7년전 영광으로 내려오고 나서도 결코 빼먹는 일이 없다. 그는 동네 아이들로부터 '황샘길 할아버지'로 통한다. 이씨는 부인 표맹임(79)씨가 "노상 그만두라고 하지만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광=박경우 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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