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19억원 상당의 아파트와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가구, 고급 오디오 등 5,800여만원 상당의 물품. 이주성(59)씨가 국세청장으로 재직하던 2005년 3월부터 2006년 6월까지 프라임그룹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검찰이 밝힌 뇌물 내역이다. 프라임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수 있도록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에 힘을 써주는 대가였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의 뇌물 수수 행각은 매우 적극적이었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2006년 1월 이씨는 프라임그룹 백종헌(52ㆍ구속) 회장을 소개한 건설업자 기모(50ㆍ구속)씨가 "어떻게 성의 표시를 해야 하는가" 묻자, "서울 삼성동의 50평대 아파트를 하나 알아보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얼마 뒤 기씨가 물색해온 5채의 아파트 중 181.5㎡(55평) 넓이의 S아파트를 지목해 자신의 측근 명의로 구입해주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줬다. 기씨는 프라임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5년 안에 3,000억원대의 공사를 하청받기로 백 회장과 약속하고 아파트 구입대금 19억원을 지불했다.
2006년 6월 퇴임 직후 대우건설 인수업체가 금호건설로 확정되면서 프라임그룹이 탈락했지만 이씨는 당당했다. 아파트를 내놓지 않으려고 했다. 이를 보다 못한 측근이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득하자 그제서야 명의를 되돌려주라고 지시했다.
명의를 제공한 측근이 아파트를 구입하겠다고 나서자 기씨에게 구입 당시 가격보다 5억원이나 싼 14억원만 받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씨는 이에 앞서 국세청장으로 부임하면서 전세로 입주한 서울 삼성동 I아파트에 들여놓을 오디오, 가구까지 기씨에게 요구했다. "집 사람이 물건을 봐 놨으니 가서 결제하라"는 요구에 기씨는 덴마크 B사의 오디오, 미국 E사의 주문제작 가구 등 5,800여만원을 지불했다.
국세청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에는 명절 때마다 선물할 사람의 명단을 기씨에게 주고 구입대금을 대납하도록 했다. 이것만 해도 500만원씩 세 차례에 걸쳐 1,500여만원이다.
프라임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서부지검 형사5부(노승권 부장)는 이 같은 혐의(뇌물)로 이씨를 10일 오후 체포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청장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백 회장과 기씨를 통해 혐의 사실을 대부분 확인했다"며 "이르면 11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씨는 2001년 9월 모 업체로부터 룸살롱에서 향응을 받고 도박을 벌이다 국무총리실 암행감찰반에 적발됐으나 보고에서 빠져 징계를 모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에는 신성해운 세무조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았지만 검찰이 실체를 밝혀내지 못해 무혐의로 풀려났다.
국세청장을 중도에 사퇴한 것에 대해서도 표면적으로는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물러난다"고 했지만 이 같은 부적절한 처신이 뒤늦게 문제가 됐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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