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은 잊어라!"(CNN머니)
"더 큰 두려움은 인플레이션의 소멸이다."(메릴린치 분석가 데이비드 로젠버그)
"차기 정부의 당면 과제 중 가장 위험하지만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이 디플레이션이다."(타임)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경제 정책 입안자의 최대 고민은 유가 등 치솟는 물가였다. 하지만 어느덧 상황이 180도 바뀌어 이제는 입을 모아 물가하락 즉 디플레이션(Deflationㆍ구매력 감소로 물가가 하락하고 생산량 저하, 실업 증가 등을 동반하는 경기침체)을 걱정하고 있다. 최근까지 "가능성이 적다"며 말을 아끼던 경제학자들도 디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가 디플레이션이 코 앞에 닥쳤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FRB 이사로 있던 2002년 "물가 하락, 실업률 상승, 경기지표 하락 등이 나타난다면 가장 큰 공포인 디플레이션과 마주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같은 우려가 이제 서서히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당장 10월 독일 내 소매가격이 1% 하락했다.
석유가격 상승이 멈추고 3분기 구리 금 철광석 등의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10월 로이터ㆍ제프리스 CRB 상품지수도 22.3%나 떨어졌다. 48년 전 이 지수가 개발된 이래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디플레이션의 악몽을 기억하는 일본은 더 큰 공포에 떨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일본의 소비자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여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물가는 2005년 말부터 꾸준히 상승했지만 조만간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일본은행은 소비자물가지수 예상치를 하향 조정해 2010년 전망치를 0%로 내다봤다. 메릴린치의 분석가 카투지 오쿠도도 10일 WSJ에 "다음 회계연도에 지수가 0.4%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업률도 심상치 않다.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10월 실업률이 6.5% 상승해 14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WSJ은 "2009년에는 실업률이 8%에 달해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주 발표될 각종 지표들 역시 암울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의 10월 생산자 물가는 마이너스 0.4%, 7일 발표될 미국의 10월 소매판매지수는 마이너스 1.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견 물가 하락은 소비자에게 별다른 해가 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노던트러스의 분석가인 폴 카스리엘은 CNN머니에 "소비자들은 당장 가격 하락에 기뻐하겠지만 이는 곧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는 징후"라고 말했다. 디플레이션이 무서운 이유는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성장의 엔진인 소비가 주춤하면 기업 역시 지출을 줄이고 이는 경기부양과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된다. 경제학자들이 디플레이션에 대한 언급을 금기시하는 것은 이처럼 그 파급력이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심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전세계적인 디플레이션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유럽 등이 일본에서 교훈을 얻어 수조달러를 경기 부양에 쏟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는 금리 인하와 은행 유동성 공급을 통한 소비 진작에도 열심이다. 영국은행과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주 각각 1.5%, 0.5%씩 정책 금리를 내렸다.
미국의 정책 금리는 현재 1%까지 내려가 있다. 문제는 금리 인하가 경기부양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금리는 내려갔지만 은행은 대출을 확대하지 않고 소비자와 기업 역시 돈을 빌려 쓰지 않는다면 경기부양은 먼 이야기다.
일부의 목소리이긴 하지만 지금 디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일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심각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경제학자 앤디 셰 박사는 타임지에 "금융 국제화로 한 국가의 위험이 더 빨리 넓게 전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Deflation <디플레이션: 구매력 감소로 물가가 하락하고생산량 저하, 실업 증가 등을 동반하는 경기침체>디플레이션:>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