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렛대(lever) 수거가 외국인의 발목을 잡는다?'
오매불망 기다리는 외국인의 국내 증시 복귀를 늦추는 존재가 등장했다. 연일 매도에 가뭄에 콩 나듯 국내 주식을 찔끔 사들이는 외국인의 향방을 가늠하려면 '지레의 원리'를 깨우치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우증권은 10일 '디레버리지(De-Leverage) 이해와 증시 영향 점검'이란 보고서에서 "유동성위기를 넘긴 향후 금융시장의 화두(話頭)로 떠오른 전세계적인 디레버리지 현상 때문에 국내 증시는 당분간 지속적인 외국인 매도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자못 우울하다.
'지렛대 효과'(Leverage Effect)부터 짚자. 남에게 빌린 돈을 지렛대 삼아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는 걸 뜻한다. 예컨대 자기자본 100억원으로 순익 10억원을 얻으면 자기자본이익률은 10%가 되지만 자기자본 50억원과 차입금 50억원으로 순익 10억원을 올리면 자기자본이익률은 20%가 된다. 물론 기대수익률이 이자비용보다 높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잘만 활용하면 투자 및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실패 시엔 그만큼 손실도 크다.
반면 디레버리지(차입 상환)는 지렛대 철거, 즉 지렛대로 쓰려고 동원한 부채를 줄이는 과정이다. 위기가 닥치면 빚 갚기가 우선이라는 원칙이 기업 경영에서도 적용되는 셈이다. 구조조정, 비수익 사업부문 매각 등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사실 미국의 금융위기는 풍부한 유동성이 지렛대에 올라타면서 시작된 측면이 크다. 100달러의 자금이 지렛대 효과를 통해 800달러로 부풀려지면서 주택시장의 거품을 키웠고, 급기야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한 꼴이다. 이 때문에 지렛대 철거 내지 축소 과정은 현재로선 통과의례일 수밖에 없다. 마이너스였던 미국 가계의 실질 저축률이 최근 증가세로 돌아선 게 바로 디레버리지의 전형이다.
문제는 디레버리지가 우리 증시를 압박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가 팽배한 시점에 외국인이 빚을 갚기 위해(디레버리지) 국내 주식을 내다판다면 외국인의 '팔자' 행진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이자가 싼(저금리) 일본 엔화를 빌려 지렛대로 활용, 각국 증시에 투자했던 자금(엔캐리트레이드)도 최근 엔화 강세에 밀려 점차 청산되는 분위기다.
우리 증시의 외국인 매도는 이미 상당부분 진행됐고, 저평가 매력도 남아있다곤 하지만 궁색하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금융과 경제 위기의 해소 조짐이 나타나기 전까진 외국인의 귀환을 섣불리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