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자 4일 밤 미국 전역에서 오바마 지지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흥분과 기쁨을 만끽했다.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 시카고에서부터 흑인 문화의 중심 뉴욕 할렘까지 흑백을 넘어선 인파가 '위대한 승리'라며 서로 얼싸안고 춤추며 밤새 축제를 즐겼다.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다니던 애틀랜타 에벤에셀 교회의 담임목사 라파엘 워녹은 "오늘 미국에서 킹 목사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열광의 시카고
AP통신 등에 따르면 시카고 도심의 그랜트파크에는 이날 밤 10만여명의 지지자가 운집한 가운데 대규모 축하행사가 열렸다. 수십개의 전광판으로 개표 결과를 지켜보던 지지자들은 오바마의 당선이 확정되자 성조기를 흔들며 "그래, 우린 할 수 있어(Yes, We can)" "오바마"를 연호했으며 일부는 눈물까지 흘렸다.
오바마 당선자가 부인 미셸 및 두 딸과 연단에 등장해 "헬로 시카고"라며 인사하자 축제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오바마 당선자는 이 자리에서 "미국은 모든 것이 가능한 나라라는 사실을 의심하거나, 건국 주역들의 꿈이 오늘날에도 살아있는지 궁금해 하거나, 민주주의의 힘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밤 여러분이 그들에게 답을 보여주었다"며 당선 소감을 밝혔다.
오바마 당선자가 "우리는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언제나 하나의 미국이 될 것"이라며 화합과 단합을 강조하자 지지자들은 열광적인 환호와 박수로 호응했다. 오바마의 연설에 뒤 이어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가 가족과 함께 연단에 올라 오바마와 두 손을 잡고 지지자들에게 답례하면서 흑백 화합의 장이 연출됐다. 지지자들은 "작은 사회혁명이 시작됐다" "미국이 다시 깨어나고 있다"고 외치며 승리를 즐겼고 거리에선 자동차의 축하 경적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뉴욕 할렘에서 백악관 앞까지 미 전역 들썩
흑인의 정신적 고향인 뉴욕 할렘도 흥분과 감격에 휩싸였다. 할렘 중심부인 125번가 아폴로 극장 인근 광장에는 수천명의 군중이 모여 대형 스크린을 보며 개표 결과에 환호했다.
어린 아이에서부터 몸이 불편한 노인까지 흑인 가족이 손에 손을 잡고 모두 나와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는 역사의 현장을 지켜봤다. 한 흑인은 "내 일생에 이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오바마가 세상을 바꿨다"고 기뻐했다. 이들의 환호성은 할렘의 밤하늘을 가르며 멀리 퍼져나갔다.
워싱턴의 백악관 바로 앞 길가에서도 인근 주민과 대학생이 쏟아져 나와 축하연을 펼쳤다. 워싱턴 주변 대학에 다니는 젊은이 수백 명은 빨강, 파랑 등 형형색색의 풍선을 들고 북을 치며 "부시는 이제 떠나라!"고 외쳤다. 일부는 차량 위에 올라가 성조기와 오바마 선거 포스터를 흔들며 "우리가 해냈다!"고 환호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광장, 교회, 주택가 등에 수백, 수천의 인파가 모여 밤새 승리를 만끽했다.
인터넷 공간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바마 당선에 큰 역할을 한 미국의 젊은 네티즌들은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에 축하 메시지를 올렸다. 오바마의 승리 소식에 팔짝팔짝 뛰며 소리지르거나 축배를 드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도 속속 올라왔다.
꿈의 실현
흑인 지도자들도 오바마의 역사적 승리에 말을 잇지 못했다. 조지아의 흑인 하원의원 존 루이스는 "생애 최고의 밤이자, 믿을 수 없는 밤"이라고 감격했으며 두 번이나 대권에 도전했다 고배를 마신 흑인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도 오바마를 통해 실현된 '블랙 아메리카'의 꿈에 연신 눈물을 쏟아냈다.
셜리 프랭클린 애틀랜타 시장은 "오바마의 당선은 마틴 루터 킹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의 꿈이 실현된 결과"라고 말했고 킹 목사의 누나 크리스틴 킹 패리스는 "동생이 살아있다면 오늘 밤 어떤 기분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멈출 수 없다.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1962년 흑인 최초로 미시시피 대학에 입학했던 제임스 메레디스는 "백인 주류의 역사가 막을 내렸다"며 "오바마의 당선은 서구 기독교 문명사에서 가장 비중이 큰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송용창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