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연일 은행 압박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 대출현황을 직접 챙기는가 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은행의 행태를 또다시 질타했다. 그러나 일선 시중은행에서는 여전히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고 있어 정책효과가 가시화할지는 미지수다.
금융감독원은 4일부터 7일까지 9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대출 현황과 관련현장 점검에 나선다. 금감원은 특히 최근 중소기업 대출을 급격히 줄인 일부 은행에 대해 많은 검사인력을 투입, 집중적인 점검을 진행키로 했다.
이 대통령도 중기대출을 꺼리는 은행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무역진흥확대회의에서 "어려울 때 은행이 더욱 냉랭해진다"며 "돈이 필요할 때는 갖다 쓰라고 하는데, 정작 필요할 때는 안면을 바꾸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달 1일 '중소기업 지원방안'을 시작으로 30일 '키코 등 거래기업에 대한 유동성지원 방안',이달 3일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에 이르기까지 중소기업 유동성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은 한달 새 기준금리를 1%포인트나 낮췄고, 총액한도대출한도를 크게 늘렸다.
그러나 은행들은 올해 상반기 월 평균 5조8,000억원에 달하던 중기 대출을 8월 2조6,000억원, 9월 2조9,000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인 상태다. 지난달엔 금융당국 등이 적극 독려에 나서면서 4조원대로 증가하긴 했으나 상반기 평균에는 아직 못 미친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정부의 주문이 '모순적'이라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감독당국은 대출자산에 대한 건전성 관리를 철저히 하라면서도 위험성이 높은 중기 대출은 늘리라고 강요한다"면서 "경기둔화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중기 대출을 늘리면 부실 가능성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약 40%가 순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 즉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상태다.
여기에다 최근 수도권 부동산 규제까지 풀리면서 일부 시중은행은 위험한 중기대출보다 상대적으로 건실한 가계대출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중기 대출은 그만큼 소외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11ㆍ3대책에 포함된 보증기관출연확대가 그나마 유일한 해결책이다. 중소기업들이 자기신용으로 대출을 받기 어려운 만큼,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종기금의 보증으로라도 은행돈을 쓸 수 있도록 한다는게 정부 생각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중기 대출이 안 되면 자금난에 빠진 중소기업들이 줄도산하고 이는 다시 은행들의 연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와 은행이 이를 인식하고 함께 노력한다면 어느 정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자금난 해소 효과는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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