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영원히 사랑합니다."
서울 청계천9가 두물다리에서 청계천으로 가느다란 물줄기들이 떨어지며 만든 400인치 크기의 '워터스크린' 위로 사랑의 문구가 떠오른다. 이어 청계천에 마련된 무대 위, 꽃다발을 든 채 무릎을 꿇은 한 남자가 연인에게 평생을 함께 하자며 사랑의 언약을 맹세한다.
가슴 벅찬 여자는 어쩔 줄 몰라 연방 눈물만 흘린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 이들 뒤로 지난 여름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이 '청혼가' 노래에 섞여 워터스크린을 타고 흐른다.
지난해 12월 첫 선을 보인 '청혼의 벽'이 예비 부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누구나 신청만 하면 청혼의 벽에서 낭만적인 프러포즈를 한 뒤 반짝이는 호박마차 안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맞은 편 '언약의 벽'으로 건너가 둘만의 메시지가 담긴 동판도 직접 게시할 수 있다. 무대, 조명, 음향 등 웬만한 분위기 연출은 서울시에서 무료 제공해 사랑하는 '마음'과 고백할 수 있는 '용기'만 있으면 된다.
입 소문을 타면서 '청혼의 벽'에서 프러포즈를 하고 싶다는 신청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올 3월부터 이 달 6일 현재 총 105명의 신청자가 '청혼의 벽'에서 울고 웃었다. 결혼 시즌인 지난달에는 신청 건수가 무려 25건에 달했다.
최근 예비신부 임지영(28)씨에게 청혼한 예비신랑 진상인(27)씨는 "결혼식(12월 말)이 다가오면서 '기억에 남는 프러포즈가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청혼의 벽을 알게 됐다"면서 "청혼의 벽 담당자가 여느 커플매니저 못지않게 이벤트를 잘 준비해 줘서 예비신부에게 잊지 못할 프러포즈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청혼의 벽은 예비부부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구구절절 한 사연 속에 결혼 당시 프러포즈를 제대로 하지 못한 중년 커플의 '앙코르 프러포즈'에서부터 젊은 커플들의 '100일' 기념 이벤트 등도 단골메뉴다.
얼마 전 하계남(54ㆍ여)씨는 군인으로 정년퇴임을 앞둔 남편을 위해 27번째 결혼기념일 딸과 함께 늦은 프러포즈를 했고, 대전에 사는 고3 전모(19)군은 9월 짝사랑하던 1살 연상 누나에게 마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시설도 업그레이드된다. 내년 상반기에는 양쪽 천변을 바로 이을 수 있는 징검다리가 완공된다. 청혼식이 끝나면 징검다리를 함께 건너 두물다리 기둥에 있는 '사랑의 자물쇠존'에 자물쇠를 채운 뒤 '언약의 벽'으로 건너갈 수 있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메가온 차재훈(29) 팀장은 "사랑의 자물쇠와 언약의 동판으로 서로에게 사랑을 약속하고 둘만의 언약을 영원히 남길 수 있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청혼식은 매주 수~토요일 오후 6~10시, 30분 간격으로 진행되며 신청자는 워터스크린에 상영할 동영상만 사전 제작해 홈페이지(propose.seoul.go.kr)에 제출하면 된다. 문의 (02) 2290_6802
장재원 인턴기자(이화여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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