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의 첫 사업으로 추진해온 '탄소캐시백' 제도가 사실상 실패했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여파인 측면도 있지만 충분한 검토없이 대통령의 선언에 맞춰 무리하게 발표부터 한 게 화근이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2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당초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탄소캐시백 제도는 올해안에 시행되기 힘들 전망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일정상으로는 9월 탄소캐시백 제품 참여 업체들을 모집한 뒤 10월부터 시행하려 했으나 기업들 참여가 부진, 시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어떻게 해서든 제도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탄소캐시백 제도란 에너지 고효율 전자제품 등을 사면 구매자에게 탄소포인트를 지급, 이를 대중교통 이용이나 수도ㆍ전기요금 결제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에너지를 적게 쓰는 냉장고를 사면 구매금액의 1~5%를 탄소캐시백 포인트로 지급, 이를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쓸 수 있도록 한다는 얘기다.
SK의 'OK캐쉬백'과 같은 개념이다. 실제로 지경부는 탄소캐시백 운영사로 'OK캐쉬백' 운영사인 SK마케팅앤컴퍼니를 선정했다. 이에 따라 이미 'OK캐쉬백' 카드를 갖고 있는 경우 별도의 카드 발급없이 탄소캐시백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이 경우 탄소캐시백 포인트 비용은 LG전자, 삼성전자, 대우일렉 등 에너지 고효율 전자제품 제조사가 부담하게 된다는 데 있다. 가전 3사의 참여가 필수다. 그러나 이런 구조에선 가전사가 에너지 고효율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회사 비용으로 탄소캐시백 포인트를 지급하면 결국 SK의 실적만 높여주는 꼴이 된다. 때문에 가전 3사에선 참여를 극구 거부하고 있다.
한 가전사 관계자는 "우리 비용으로 타사의 상품 홍보를 도와야 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며 "정부가 특정사와 이런 제도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1만원 이하의 식음료 제품과 달리 전자제품의 경우 소비자가의 1~5%를 탄소캐시백으로 지급할 경우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가전사로서는 부담이다. 지경부 관계자도 "현재 같은 경기 침체 국면에선 회사 경영을 힘들게 할 수도 있어 사실 강요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지경부는 전자제품 제조사와 정부가 50대50으로 비용을 분담하는 매칭시스템도 검토했으나 이 경우 적잖은 예산이 소요될 수 있어 포기한 상태다. 그러나 지경부로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성장'과 관련된 사업인 만큼 그대로 접을 수도 없어 다시 신용카드사를 끌어 들이는 새로운 안을 구상하고 있다. 특정사와 제휴하는 대신 현금영수증 제도처럼 금융결제원의 서버를 이용,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가전사가 참여할 지는 미지수다.
지경부 관계자는 "탄소캐시백 제도는 일반 국민들의 소비 행태를 저탄소 녹색성장 사회에 맞도록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며 "경제 상황 등이 어렵지만 시범 사업 등은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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