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민항 항공기가 도입된 지 60년 만에 첫 여성 기장이 탄생했다. 대한항공 신수진(40세), 홍수인(36) 기장이 주인공으로, 국토해양부 항공안전본부가 3일 실시한 최종 자격 심사에 나란히 합격함으로써 꿈에 날개를 달았다.
4일 기자들과 만난 두 사람은 첫 여성 항공기 기장이 된 소감을 묻자, "가슴이 뻥 뚫리고 기분은 날아갈 줄 알았는데, 막상 합격하고 나니'책임감'이라는 단어가 온 몸을 짓눌러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그렇지만 바라고 노력해 얻은 결과인 만큼 훌륭하게 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기 기장의 자격 요건은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운항 준비에서부터 착륙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자신의 뒤로 앉은 수백 명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4,000시간 이상 비행경력에 기장으로부터 위임 받아 직접 실시한 착륙 횟수가 350회 이상이어야 한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신 기장은 1993년 미국 여행 중 우연한 기회에 소형비행기 운항 자격증을 따면서 조종사의 꿈을 키워 나갔다. 96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신 기장은 이듬해 MD-82기의 국내 첫 여성 부기장이 됐다.
창공을 가로지르는 비행기를 보고 조종사를 희망한 홍 기장도 95년 항공대를 졸업하고 대한항공에 입사하면서 꿈에 한 발짝 다가섰다.
두 사람은 각각 총 4,483시간, 5,533시간의 비행 경력을 갖고 있지만 자격시험을 치르는 6개월 동안 매일 오전 6시에 출근해 오후 10시에 퇴근하는 강행군을 해야 했다.
신 기장은 "조종사를 화려한 직업으로 여기기도 하지만 조종석에 한번 앉기 위해선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잠은 물론 먹는 것까지 참아야 한다"며 "기장은 그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책임이 막중한 자리"라고 강조했다. 홍 기장은 "부기장은 배운다는 생각으로 조종석에 앉지만 기장이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이 때문에 조종사는 외로운 직업"이라고 말했다.
항공법상 항공기 기장은 비행 안전의 총 책임자로 승무원의 지휘ㆍ감독 권한과 기내 난동자를 감금하거나 관계당국에 인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는다.
신 기장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안전운항으로 국내 여성 조종사의 새 역사를 쓸 것"이라고 했고, 신 기장의 뒤를 바짝 좇아 온 홍 기장은 "제 아무리 큰 덩치의 비행기도 드센 힘이 아닌 섬세함으로 조종하는 것인 만큼 베테랑 남성 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