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 완화를 둘러싼 한나라당의 내홍이'친(親)이명박 대 친(親)박근혜'라는 계파 갈등 쪽으로 불똥이 튈 조짐이다. 좀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던 박 전 대표가 연일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방침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기류가 심상치 않다.
박 전 대표는 전날에 이어 4일에도 국회 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대책으로 내놓은 지방소비세 신설 등에 대해 "그런 대책을 기다리기에는 지방 상황이 너무나 절박하다"며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물론 친박측은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정책 소견'이라고 규정한다. 계파 갈등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이정현 의원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해서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얽히고 설킨 당내 구조가 이번 사안을 그렇게 단순하게만 볼 수 없게 한다.
한나라당내 수도권 대 비(非)수도권간의 갈등은 그 뿌리가 깊다. 참여정부 시절,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도 비슷한 양태의 갈등 전선이 당시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사이에서 그어졌다.
이후 치러진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 전 대표는 영남과 충청 등 지방을, 이명박 대통령은 수도권을 주된 지지기반으로 삼았다. 결국 친박 의원들 가운데 지방 출신이 상대적으로 많고, 친이 의원들은 수도권 출신이 많다. 당내 친이ㆍ친박 갈등이 수도권 대 지방 간 갈등과 맥이 닿아 있다는 얘기다.
친이측은 박 전 대표의 최근 발언에 대해 서운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이 대통령이 힘들 때 도와준 적이 없는 박 전 대표가 또 딴지를 걸고 있다"며 "너무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잠자던 계파 갈등이 고개를 쳐들 조짐이 엿보인다.
이날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출신 지역에 따라 엇갈린 목소리들이 교차했다. 서울 출신 홍준표 원내대표는 "정부의 최종발표를 보고 정말 미흡하면 정부를 통해 바꾸려고 해야지, 나오자마자 기자실에 쫓아가 반대모임을 하는 것은 여당 의원으로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고 지방 의원들을 비판했다.
반면 부산 출신 서병수 의원은 "지방 정책들도 동시에 발표됐으면 좋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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