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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오바마 시대, 전환점에 처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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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오바마 시대, 전환점에 처한 세계

입력
2008.11.10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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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계의 관심 속에 미국 최초로 흑인 대통령이 선출됐다. 백인 인구가 66%, 흑인 인구는 12%에 불과한 미국에서, 인종 간 편견과 차이가 여전한 현실에서 흑인 후보가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혁명적인 사건이다. 그의 당선은 미국 내 인종 간의 관계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라틴계와 아시아계를 비롯한 유색인종들이 강력히 지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미국은 진정으로 인종의 용광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질서 근본적 개편의 계기

그러나 오바마의 당선은 미국 내 인종관계를 넘어 세계사적으로 중대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오바마의 미국이 가져올 중대한 변화를 두 가지로 나누어 정리해 보자.

첫째, 국제질서의 변화이다. 현재의 부시 대통령은 첫 임기 때 일방주의적 대외정책을 강력히 추진했다. 두 번째 임기에 약간 변화를 보였지만, 그는 여전히 힘을 바탕으로 한 강압외교의 화신으로 간주된다. 그 결과 미국의 대외 이미지는 크게 나빠졌다. 소위 소프트 파워를 잃었다. 동맹국들로부터는 존경을 잃었고 적들로부터는 조롱을 받았다. 부시의 이러한 실정은 민주당과 오바마의 승리를 가능하게 한 주요 요인이다.

오바마는 대외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하는 임무를 안게 되었다. 군사력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안 이상 다른 나라들과 함께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국제 규범을 존중하고 국제협력을 강조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흑인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강력한 도덕적 힘이 될 것이다.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가장 많이 잃어버린 힘의 원천이 바로 이것이다. 이 힘을 미국을 위해서뿐 아니라 국제적 안정과 평화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

둘째,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의 극복을 위한 국제금융체제 개편이다. 시장의 자율조정 능력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 2차대전 이후 설립된 국제 금융기구들도 변화된 환경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새로운 질서 구축에 대한 국제적 요구도 거세다. 중대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 유럽 중국의 이해관계와 생각은 상충적인 면이 많다. 금융위기 발발이 당선에 결정적인 계기였다면,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국제금융체제 개편이 그에게 부여된 임무이다. 새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은 세계 금융위기를 진정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체제 개편을 위해서는 미국의 양보가 필요하며 경제면에서도 미국은 다른 나라들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국제질서의 근본적 재편을 위한 리더십이 최초의 흑인 미국 대통령에게 거는 세계의 기대이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국제평화와 안정적 세계경제질서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이다. 미국의 진보정부와 한국의 보수정부가 잘 어울리지 못할 것으로 걱정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나라는 근본적으로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미국의 대통령 및 새롭게 등장할 정부와 긴밀히 협력할 준비와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보수라는 이념적 끈보다 상호이익의 끈이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

북한엔 더 어려운 시절 될 수도

오바마와 민주당 정부의 출현은 북한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핵포기 의사가 진정성을 가진 것이라면 북미관계는 훈풍을 맞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북한당국은 부시 행정부 때보다 더 어려운 시절을 맞게 될 것이다. 국제적으로 도덕성을 잃은 부시 대통령을 상대하기보다 도덕성과 정당성을 가진 미국 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더욱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당국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진영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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