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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의 이것이 오늘의 미술!] 매튜 바니의 '크리매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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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근준의 이것이 오늘의 미술!] 매튜 바니의 '크리매스터'

입력
2008.11.10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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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현대미술의 바그너' '테크노-바로크의 총체예술가'로 불린 미국 작가 매튜 바니(41)는 1990년대에 현대미술이 거친 감각의 변환을 가장 잘 보여준다.

그의 대표작인 영상물 '크리매스터(Cremaster)' 5부작(1994~2002)은 바그너의 음악극 '니벨룽의 반지' 연작에 비교되며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지금 다시 보면 세대를 초월하는 가치를 결여한 시대물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1991년 첫 개인전으로 주목받은 바니는 1992년 제프리 다이치가 기획한 문제적 전시 '포스트 휴먼'을 통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와 휘트니비엔날레에 초청됨으로써 국제적 인지도를 획득했다. 그가 시대의 총아로 떠오르며 국제 미술계를 흥분으로 몰아넣은 것은 1996년 제1회 휴고 보스 미술상의 승자로 호명됐을 때다.

1990년대 초반 일군의 신진 예술가들은 사적 공간의 정치성에 천착하며 익숙한 것에서 낯선 기괴함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작가의 몸이 미디엄으로 활용되며 '육체의 정치학'이 이론적으로 정리되기 시작하고, 억압된 타자성을 주류의 공간에 소환하는 방법론이 유행했으며, 기호학을 활용해 캠프(Campㆍ동성애자 하위문화에서 시작된 저속한 스타일)의 미학을 재해석하는 영상 작업이 대거 등장했다. 바니의 '크리매스터' 연작은 그러한 시대의 흐름을 총정리한 최상의 결과다.

본디 크리매스터란 남성의 고환을 둘러싼 얇은 근육 조직을 일컫는다. 남성과 여성에게 모두 존재하지만 남성에게서만 완전한 형태로 발현되는 이 근육은 고환이 몸의 외부로 돌출되도록 만든다.

작가는 "수정 직후 6주 동안 남녀의 성이 미분화 상태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주목해 여성으로 상승할지 남성으로 하강할지 모르는 성 에너지가 무한한 창조력을 발휘한다는 가설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가 창조해낸 새로운 성별의 화신들은 종종 극도의 여성성을 구현하는 경우에도 근본적으로 남성 우월적이다.

프리메이슨의 비밀 결사적 상징과 알레고리, 미국의 향토적 문화, 스포츠의 문법,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 전설적 마술사 후디니, 오페라적 구성, 몰몬교와 강신술, 올림픽 경기 따위가 교묘히 뒤섞인 '크리매스터'의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작가가 기표와 기의를 자의적으로 짝지어 새로운 상징을 창조해 놓았기 때문이다.

한때 평단은 '크리매스터'가 "퍼포먼스와 영상, 조각, 사진 등을 하나의 연속체로 결합하는 마법적인 권능을 보여준다"고 상찬했다. 허나 캠프의 미학이 종언을 고한 탓일까, 바니의 독특한 '캠피 마초 스타일링'은 효력을 상실한 듯하다.

총체예술의 불가결한 일부로 인지됐던 조각과 사진과 퍼포먼스 등은 이제 다시 제각각 별개의 것으로 보인다.

미술·디자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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