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 간의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자동차 분야때문이다. 오바마 당선자측은 그동안 “자동차 분야가 너무 불공정하다”고 문제를 제기해왔다.
지난해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는 모두 66만7,000대로 83억 달러 어치인데 비해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자동차는 8,000대로 2억 달러 규모에 그친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국의 수출 증대 효과는 연간 2억 달러 정도로 예상되지만, 미국의 수출 증대 효과는 1,000만 달러 수준에 머물 것이란 분석이 있다.
게다가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최악의 불황을 맞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 메이커가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전미자동차노조(UAW)의 강력한 지지를 업고 당선된 오바마에게 거는 미국 자동차 업계의 기대는 매우 크다. “한미 FTA, 특히 자동차 등과 관련해 결함(flaws)이 있다”는 오바마 당선자의 발언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일단 “미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에서 원인을 찾아야지 협상의 불공정성을 따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미 FTA라는 큰 틀을 흔들지 않으면서 동시에 미국측 요구를 만족시키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미 FTA의 자동차 분야 중 ▲한국산 픽업트럭 관세(25%) 10년간 단계적 철폐 ▲3000cc이하 승용차에 대한 관세(2.5%) 즉시 철폐 등의 조항에 대해 수정과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소속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오바마 당선자측은 미국 자동차 최저수량 수입 요구와 협정 위반 시 관세철폐 취소를 뜻하는 스냅백(snap-back) 방식 등 두 가지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며 “하지만 최저수량 요구는 현실성이 없어 스냅백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스냅백이 도입되면 10년간 단계적으로 철폐키로 한 한국산 픽업트럭 관세는 무역마찰의 경우 다시 살아나게 된다. 미국은 한미 FTA협상 당시 이 조항을 담을 것을 요구했으나 관철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요구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내줄 것은 최소한 내주더라도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얻어내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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