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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이후 한반도 정세/ 전문가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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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이후 한반도 정세/ 전문가 대담

입력
2008.11.10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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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는 북핵 해결을 위해 '통 큰 행보'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과정에서 한미 간 갈등과 한국의 소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홍규덕 숙명여대 사회과학대학장과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5일 한국일보가 숙명여대에서 마련한 대담 '미국 대선에 따른 한반도 국제정치 지형 변화'에서 이 같은 인식을 공유하면서도 해결 방법에 대해선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홍 위원은 한국이 남북 관계에서 선제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것을 제안한 반면, 홍 학장은 이에 반대하면서 미국의 변화한 대외 정책에 긍정적으로 기여해 북핵 문제 해결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미국 정치사에서 첫 흑인 대통령이 갖는 의미는.

홍 학장= "사회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미국에서 흑인은 13%에 달하지만 그동안 정치 참여를 많이 하지 않았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히스패닉 아시안인 등과 적극 참여했다. 미국의 정치 통합, 즉 하나된 목소리가 내부로부터 나온 것이다. 오바마 당선자가 마틴 루터킹 목사와 에이브러햄 링컨을 합친 것보다 낫다는 이야기 있다. 그만큼 의미 있는 변화라는 것이다."

홍 위원= "조지 W 부시 행정부 8년 동안 계층 갈등과 분열이 심화됐다. 이번 선거로 상당히 치유되는 결과가 도출됐다. 미국 사회에서 화합과 화해, 통합 그리고 관용의 정신이 발현된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신자유주의 폐단이 나타난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정부의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국민이 선택한 결과이기도 하다."

- 국제사회에 던지는 의미는.

홍 학장= "미국은 21세기에도 과연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링컨은 남북전쟁의 상처를 딛고 대통령 됐다. 모든 힘을 모아 국제사회로 나갔다. 철도 철강 조선 등 세계 1위 분야의 힘으로 태평양 넘어 세계로 나간 것이다. 역사학자 문인 등 모든 사회요소를 국민 통합으로 묶었다. 오바마 당선자도 링컨이 되려면 경제를 회복시키고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200년 전에도 어려웠는데 지금 이룰 수 있느냐는 여전히 미지수다."

홍 위원= "진정한 의미에서 21세기의 출발이다. 유일한 초강대국으로서 미국 행정부가 어떤 성격을 가지냐가 중요한데 이제야 비로소 21세기 시대정신인 '지구촌의 협력공동체 건설'이라는 것을 실현할 만한 비전을 가진 지도자가 출현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인에게 오바마 당선자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이제 국제사회는 지난 8년과 달리 보다 다자적 협력 체제를 지향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 미국의 외교 정책은 어떻게 변화할까.

홍 학장= "지금은 동아시아보다는 유럽연합(EU) 등 글로벌 파트너십이 더 중요하다. 러시아 중국 등도 미국과 함께 힘의 균형을 공유할 수 있는 국가들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오바마 당선자가 미중 관계에 굉장히 신경을 쓸 것이다. 결국 중국이 미국의 금융 위기, 지도력 위기를 어느 정도의 껴안으면서까지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다."

홍 위원= "부시 행정부는 경제 협력과 군사 안보적 봉쇄라는 양면 정책을 기조로 중국을 대했다. 오바마 당선자도 인권 문제를 거론하기는 하겠지만 이보다는 동북아 질서와 국제질서 운영에서 중국과의 협력에 더 강조점을 둘 것이다. 그 여파로 한미 동맹의 군사적 측면은 조금 약화할 것이다."

- 향후 한미 관계는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나.

홍 학장= "일부에서는 앞으로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에 중심을 맞출 것이고, 그러다 보면 동아시아 기득권 유지를 위해 일본과의 관계는 지켜내겠지만 한미 동맹 약화는 필요하다면 감수할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굉장히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이제는 세계질서 재편기로 기존 평가보다 미국의 새로운 전략 수행하는 데 더 많이 기여한 국가의 동맹가치가 커진다. 앞으로 한국의 역할이 커지려면 더 많은 희생과 부담이 필요하다. 선택은 한국에 달려 있다."

홍 위원= "한미 동맹에 의존하는 기존 정책을 고수한다고 미국이 한국을 배려해 주지는 않는다. 한국은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추진한 것처럼 실용적 전방위 외교 정책이 필요하다. 물론 한미 동맹이 우선시돼야 하지만 너무 크게 기대지 말고 오히려 동북아 다자 안보와 주변 강대국과의 양자적 군사 협력 통해서 중층적으로 가는 것이 현명하다."

- 이명박 정부와 차기 오바마 정부와는 이념 차이가 크다.

홍 학장= "그렇지 않다. 이 대통령과 오바마 당선자는 자수성가했다는 차원에서 공통점이 있다. 더구나 오바마 당선자는 각료 임명 때 탕평적 성격의 거국 내각을 구성할 가능성 크다. 거국 내각과의 관계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이념이나 코드 汰甄?두드러지지 않는다."

홍 위원= "이 대통령이 오마바 당선자와 인권,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코드 차이보다는 양국이 호혜성을 유지하면서 서로에게 득이 되는 동맹으로 갈 수 있을지가 오히려 더 우려되는 부분이다."

-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를 전망한다면.

홍 위원= "대북 정책을 빠른 속도로 진취적이고 전향적으로 펼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이른 시일 내 외교대표부를 두 나라 수도에 설치하려 한다. 오바마 당선자는 관계 정상화와 북핵 폐기, 남북 군사균형을 동시에 고려하는 아주 적극적 정책을 펼 것이다. 이 경우 한국 정부는 외교ㆍ안보적으로 곤경에 처할 수 있다."

홍 학장= "특히 미국은 중국과 긴밀히 협조할 것 같다.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겠지만 한국의 입장을 최소한으로 반영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소외될 가능성 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 대북 정책에 대한 한미 공조에 틈이 생길 수도 있을 텐데….

홍 위원= "이명박 정부가 열린 마음으로 미국의 대북 정책을 받아들일지 않고 닫힌 마음으로 북한 문제를 접근하면 한미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 때 부시는 대북 강경책 쓰고 한국은 화해책 쓰면서 공조가 안 된 것처럼 미국은 적극적으로 북미 관계를 개선하고 한국은 과거의 틀로 북한을 보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홍 학장= "이명박 정부의 대북 이념이 경직됐다고 하는데 오해의 소지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념에 기반을 둔 획일적이고 과거 지향적인 정부가 아니다. 부시 정부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아 이명박 정부가 명쾌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비쳐졌을 수도 있다. 한반도에 핵이 없어야 북한 재건이 가능하다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 대북 정책 공조 유지를 위한 방법은.

홍 위원= "미국이 나가는 것을 수동적으로 보고만 있지 말고 한국이 먼저 남북 관계에서 돌파구 마련해야 한다. 북핵 폐기 이후 주한미군을 포함한 남북 군사력 균형 문제를 앞장서서 북한에 제안할 수도 있다."

홍 학장= "홍 위원은 남북 관계를 먼저 개선하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해법을 다른 쪽에서 찾아야 한다. 사실 오바마 당선자가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거의 어렵다. 북핵 문제의 명확한 해결을 목표로 하면 한국이 오히려 굉장히 힘들어진다. 접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오바마 당선자가 국제파트너십을 만드는 과정에서 한국이 보다 긍정적이고 실질적인 기여하는 인상 심어 주는 것이다."

- 한미 군사 동맹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홍 위원= "전시작전통제권 등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오바마 당선자는 해외 파병 미군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순환 전력제로 주한미군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추가감축도 가능할 것이다."

홍 학장= "해외 주둔 미군의 합리와 방안이 모색될 것이다.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 미국이 말하는 지역적 역할을 한국이 해 나가려면 방위 태세 등에서 큰 변화를 해야 하지 않겠나."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대한 우려가 많다.

홍 학장= "오바마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자동차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났으니 한미FTA를 지지하는 전향적 조치 취할 수 있다. 내년 초 취임 이후에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홍 위원= "후보 입장과 대통령 입장은 다르다. 오바마 당선자의 측근과 인적 네크워크 쌓고 호혜적 협력의 방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 수석연구위원)

▲1959년 청주생 ▲서울대 외교학과, 동 대학원 졸업 ▲프랑스 파리1대 박사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 ▲민주평통 상임위원

■ 홍규덕 (숙명여대 사회과학대학장)

▲1957년 서울생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석ㆍ박사 ▲숙명여대 정치행정학부 교수 ▲외교통상부ㆍ국방부 정책자문위원

사회 이은호 정치부차장 leeeunho@hk.co.kr

정리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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