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의 칼럼니스트 하워드 파인만은 최근 "오바마의 사람 기용 방식에서 시카고 특유의 실용주의를 발견할 수 있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승산 없는 전쟁이 계속되고 경제 또한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에 오바마가 특정 이념 혹은 출신에 구애받지 않고 재능있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낸 말이다.
시카고 출신
당선 하루 만에 발표한 백악관 비서실장과 정권 인수위원회 주요 인사들은 오바마와 같은 시카고 출신이 주축이다. 오바마 당선자로부터 비서실장직을 제의받은 램 이매뉴얼 하원의원이 대표 인물이다. 민주당 하원의원 서열 4위인 이매뉴얼은 자신의 꿈인 하원의장이 되기 위해 의정활동을 계속할 것인지, 절친한 동지 오바마를 보필할 것인지 고민중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6일 주변 사람들이 그가 결국 제의를 수락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매뉴얼 의원이 비서실장직을 수락한다면 '람보'라는 별명답게, 막후 조정자에 머물지 않고 저돌적인 악역을 맡아 오바마를 편안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 인수위원장 발레리 재릿은 시카고의 사업가로 오바마 부부의 오랜 후원자다. 정권이 출범하면 백악관의 요직에 선임되거나 오바마 당선자의 후계자로 상원의원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인수위 상임직을 맡은 윌리엄 데일리 전 상무장관도 오바마의 오랜 시카고 친구다. 이매뉴얼 의원이 비서실장직을 고사하면 그가 맡을 가능성이 크다.
존 포데스타 전 백악관 비서실장은, 시카고 출신은 아니지만, 비공식 인수팀의 공동책임자로 임명돼 시카고팀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미국 진보센터(CAP) 소장으로 워싱턴에 진보이념을 공급해온 포데스타 역시 정권 출범 후 백악관에 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륜과 초당파
주요 경제장관 및 외교안보장관은 이르면 6일 인선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직 장관 후보가 이미 1, 2명으로 좁혀진 상태인데 이들의 면면에서 연륜 중시와 초당파적 인선 원칙을 읽을 수 있다.
경제분야에서는 연륜이 강조된다. 미국 언론은 경제위기 해결의 주역이 될 재무장관에 클린턴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 전 하버드대학 총장을 유력 후보로 꼽고 있다. 하지만 독선적 성격으로 구설수에 자주 휘말리는 약점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기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뉴욕 연방은행 총재로 최근 금융위기 진화 과정에서 능력을 보인 티모시 가이스너가 임명될 수 있다. 그는 오바마의 측근이기도 하다. 당초 재무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본인이 고사하고 있다. 그는 대신 백악관 고문위원장으로 금융기관 규제의 틀을 만드는 일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외교ㆍ국방분야에는 '초당파 인선' 원칙이 적용된다. 국방장관에는 로버트 게이츠 현 국방장관을 연임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게이츠의 연임이 좌절된다면 존 J. 헴리 전 국방차관이나 리처드 댄지그 전 해군장관이 유력하다. 게이츠 장관의 거취는 국무장관 인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게이츠 장관이 물러나면 공화당 출신이 국무장관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오바마콘'(오바마를 지지하는 공화당 의원) 리처드 루가 상원의원이나 척 헤이글 상원의원이 유력하다. 반대로 게이츠가 유임되면 선거 초반 오바마 지지를 선언한 존 케리 민주당 상원의원이 국무장관에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 출신과 클린턴 사람들
47세의 젊은 대통령 당선자답게 참신한 인물을 속속 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인력 풀은 오바마의 동창이다. 컬럼비아, 하버드에서 오바마와 함께 공부한 줄리어스 제나코프스키 전 연방통신위 수석자문위원이 대표 인물. 제나코프스키는 인수팀 상임위원에 기용됐으며 향후 백악관에서 요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역시 인수팀에 합류한 카산드라 버츠나 마이클 프로만 전 재무부 비서실장도 오바마의 하버드 동문이다. 당내 경쟁자였던 힐러리 의원과의 관계 때문에 부담스러웠던 빌 클린턴 정부 인사들도 제한적으로나마 중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국가안보보좌관 물망에 오른 수전 라이스 전 국무부 차관보도 그 중 한명이다. 로라 타이슨 전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도 같은 자리의 후보로 다시 거론되고 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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