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기다리는 승강장에는 가판점이 있다. 아래쪽은 일간지 신문들 제호만 간신히 볼 수 있지만, 위쪽은 사정이 다르다. 주간지들이나 월간지들일 텐데, 주간지 제호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선정적인 문구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대체로 정치 거물들 아니면 유명 연예인의 이름이 등장한다.
지난달처럼 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경제 관련 문구들도 커지고 늘어나지만 경제는 조연이고, 정치인과 연예인이 변함없는 주연 역할을 한다. 정치 거물들의 합종연횡 실태를 요약하고 향후 행보를 넘겨짚고 있는데, 무협소설 광고 카피를 방불케 한다. 연예인들이 주인공인 문구들에서는 왠지 모르게 '~카더라'의 느낌이 풍긴다. 방송이나 신문에서는 보거나 읽을 수 없는, 심지어 인터넷에서도 볼 수 없는, 대단하고 놀라운 분석이나 비밀이 저 화려한 잡지들에는 있을 것만 같다.
얼마나 팔릴까? 나는 그간의 경험 - 문구는 엄청나지만 내용은 방담에 불과하다는 것 - 때문에 거의 사는 일이 없다. 지하철이 비교적 자주 온다는 것도 구매 충동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된다. 여하간 정치인과 연예인들은 지하철 승강장에서도 상품 노릇을 하고 있다. 나처럼 구경만 하고 사지는 않는 자들에겐, 지하철을 함께 기다려주는 소중한 친구 노릇을 하고 있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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