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마바의 당선으로 8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진 미국이 통상정책 궤도를 전면 수정할 전망이다. 특히 조지 W 부시 공화당 행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운명의 갈림길에 서는 등 우리 경제에 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다. 보호무역의 성향이 높은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동시에 장악한 것도,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공개적으로 한ㆍ미FTA 비준을 반대해온 오바마의 집권으로 한ㆍ미FTA는 재협상 가능성에 한층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오바마 당선자는 한ㆍ미 자동차 교역의 불균형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한ㆍ미FTA는 심각한 결점이 있는 협정"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일단 한ㆍ미FTA의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이혜민 외교통상부 FTA교섭대표는 5일 "(한ㆍ미 FTA) 재협상은 어렵다. 이는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못박았다. 이 대표는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한ㆍ미FTA를 객관적으로 검토하면, 협정 내용이 균형 있게 돼 있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며 "재협상은 협상의 균형을 훼손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바마 당선자가 한ㆍ미FTA에 문제 제기를 하는 바탕에는 미국의 전통 산업과 미국인의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민주당 특유의 정책적 이념과 지지기반 문제가 깔려있다. 따라서 오바마 당선자는 취임 후에도 자동차 부문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GM과 크라이슬러가 합병 협상을 벌이는 등 최근 경제위기 속에서 미국의 자동차산업은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안방 자동차시장을 우리나라에 더 내주게 될 FTA협상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어떠한 형식이 됐든 한ㆍ미FTA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하고 있다. 정부가 미 대선 일정에 맞물려 FTA 비준동의안의 이번 정기국회 통과를 서둘러 추진하는 것도 오바마 당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준규 미주팀장은 "자동차 부문의 재협상 압박을 완전 차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기존 한ㆍ미FTA협정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먼저 FTA 발효를 위한 법적 절차를 마무리하면 미국의 신 정부도 FTA협정의 틀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주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오바마 당선자가 FTA의 긍정적 효과마저 무시하는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자는 아니라는 점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자동차 교역 부문 문제만 해결되면 한ㆍ미FTA의 길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미국의 새 행정부가 적절한 시기에 의회 인준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 하반기'에 의회 인준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선거결과와 관련해 또 하나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행정부와 의회를 모두 장악한 민주당이 보호주의를 어느 정도나 강화할 것이냐는 점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3월 부시 행정부와 합의 하에 발표한 '신통상정책'을 뼈대로 글로벌 통상질서 재편에 탄력을 붙이는 등 보호주의의 장벽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통상정책은 노동과 환경과 관련 미국적 잣대를 세계 각국에 확산하고 무역협정도 미국의 제조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강화하는 등 미국의 노동자 보호를 골자로 하고 있어,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산업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의 전통적 제조산업인 자동차, 철강, 섬유 분야에서 대미 수출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무역협회는 "미국 경기 침체로 당분간 대미 수출의 부진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경기 침체와 맞물려 의회의 보호무역주의 정서가 폭발할 경우 공정무역 요구가 강화되고 무역제소도 급증할 수 있으므로 불필요한 통상 마찰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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