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은 기억을 갖고 싸우는 작업이에요. 어떤 장면을 빼먹고 얘기할 수도 있고, 반대로 어떤 숏은 감독보다 더 디테일하게 기억할 수도 있죠. 그 불완전성이 이 작업의 매력입니다. 내가 '쓰는' 영화는 다른 사람이 쓰는 영화와 다를 수밖에 없죠."
영화평론가 이상용(36ㆍ사진)씨가 첫번째 평론집 <영화가 허락한 모든 것> (홍시 발행)을 냈다. 1997년 '씨네21' 신인평론상을 수상하고 평론 활동을 시작한 지 11년 만이다. 가볍고 말랑말랑하게 영화에 감기는 글 대신 묵중한 인문학적 사유의 글로 영화를 무두질해 온 그다. 그러나 그런 사유를 버거워하는, 또는 귀찮아하는 대중의 시대다. 영화가>
"대학에서 강의를 해 보면 히치콕은커녕 왕자웨이(王家衛)도 모르는 학생이 태반이에요. 서글픈 마음도 들고…. 예전에는 주로 대중에게 말을 건다는 느낌으로 글을 썼는데, 이제 감독에게 편지를 쓴다는 느낌으로 작업을 해요. 하지만 이 책은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어요."
그의 말대로 책은 비교적 최근의, 그리고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들로 영화라는 매체의 본질을 비춘다. 그러나 평론이 주관적인 감상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 이 책은 여실히 보여준다. 이씨는 '이터널 선샤인'과 '살인의 추억'과 '공각기동대'와 '슈렉2'를 통해, 헤겔과 레비나스와 프루스트와 소포클레스가 스크린에 투영되는 비밀을 설명한다. 거짓말, 웃음, 환상, 사이버, 관계 등 12개의 키워드가 폭넓은 사유의 균형 잡힌 경계를 이룬다.
문예창작과 출신인 이씨의 관심은 원래 문학 쪽이었다. 그런데 대학시절 읽은 기형도의 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이 평론의 매력에 눈뜨게 하는 계기가 됐다. "시보다 권말에 실린 김현의 글에 더 전율했어요. 김현을 좇아 푸코와 바슐라르도 읽게 됐고… 그 시절 회화과나 영화과 수업을 많이 들었는데, 고다르나 히치콕의 작품을 글로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입>
부지런히 온갖 저널에 평론을 써 온 것치곤 자신의 이름을 건 책은 무척 늦었다. 내공이 차 올라 이제 쏟아놓고 싶은 것이 많아 보였다. 김기덕과 홍상수를 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마침 지브리 스튜디오의 영화음악이 흘러나왔다.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한 책도 쓰고 싶어요. '미래소년 코난'에 대한 대규모 해제(解題). 멋질 것 같지 않아요?"
유상호기자 shy@hk.co.kr
사진 김주영 인턴기자 (고려대 언론학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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