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정란의 '돌탑'이 정기국회 본회의장에 선 국회의원들의 연설문에 거듭 인용되면서 정치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먼저 '돌탑'을 인용한 것은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다. 그는 지난달 2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무리하면서 "아무리 높이 솟아 있어도 홀로선 돌을 탑이라 하지 않는다/셋이서 다섯이서 받쳐 주며 높아질 때 탑이 된다"는 시구를 인용했다.
앞으로 민관과 여야, 노사가 모두 협력하자는 취지다. 홍 원내대표는 사석에서 국회 본청 화장실 '이달의 시' 코너에서 시를 처음 보고 연설문의 피날레로 썼다고 말했다.
'돌탑'은 3일 국회의 정치 분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활용됐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이날 미리 배포한 질의서에서 "홍 원내대표가 원하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돌탑' 시에 대한 단상을 이어 보겠다"며 시의 후반부를 소개한 뒤 홍 원내대표를 살며시 나무랐다.
최 의원이 인용한 부분은 "산길 한쪽에/아무렇게나 쌓아진 돌탑이 흔들리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건/저를 쓰러뜨리려고 수없이 다녀간 바람/정면으로 맞서지 않고/돌과 힘/힘과 돌 틈으로/화기를 보내 주었기 때문이다"는 구절이었다. 야당의 건전한 비판을 제대로 수용해야 홍 원내대표가 언급한 여야 협력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다.
최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바람이 드나들 자리를 내 줘야 한다는 부분은 깨닫지 못하고 홀로 선 돌이 백성을 내려다 보며 받쳐 주기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야 의원이 '돌탑'을 둘러싸고 공방을 펼침에 따라 국회 직원과 의원 보좌진 가운데는 이 시를 줄줄 외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진실희 기자 tru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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