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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길'

입력
2008.11.10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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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m를 오른다는 것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지우는 일이기도 하고, 다리를 놓는 일이기도 합니다.' 산악 다큐멘터리 '길'의 시작을 알리는 문구다. 산악인들의, 그들의 삶에 대한 지나친 감성적 의미 부여가 아니냐고 폄하할 사람이라도 이 영화의 끝과 만나면 가슴을 치는 구절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길'은 1977년 한국일보 후원으로 세계 8번째로 이뤄진 한국의 첫 에베레스트 등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첫 등정 30주년을 기념, 박영석 대장이 지난해 에베레스트 남서벽 '코리안 루트' 개척에 나서고, '77원정대'들이 격려 등반으로 화답하면서 '길'은 시작된다.

영화의 초반부는 느슨하고 투박하다. 77원정대원들이 "듬직하다"며 후배들의 어깨를 두드리는 장면, 물자 운반의 애로, 77원정대원의 30년 전에 대한 회고, 외국 대원들과 노래와 춤으로 나누는 우정의 밤 등이 맥락 없이 이어진다.

시선을 압도하는 히말라야의 풍광도, 유려한 카메라 워킹도 볼 수 없다. TV 다큐멘터리나 '버티칼 리미트' 등의 산악 영화를 통해 한껏 올라간 관객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

영화는 본격 등반에 나선 대원들 손에 카메라가 넘어가면서 진정한 산악 다큐멘터리로 급변한다. 대원들이 거친 숨소리로 "빡시다"를 연발하거나 "이렇게 힘든 데 무슨 촬영"이라며 슬쩍 짜증을 내는 장면, 사다리로 크레바스를 건너는 시점서 잡아낸 천길 낭떠러지, 대자연 속 한 점에 불과한 인간의 모습을 줌 아웃으로 잡아낸 모습 등은 때론 다리에 힘이 들어가게 하고 때론 심장을 누른다.

한 발을 떼기 조차 힘든 악조건 속에서도 기록을 남기려는 산악인들의 집념은 흔들리는 뿌연 화면 속에서 그 진정성을 획득하고 보는 이의 가슴을 흔든다.

영화의 절정은 파국과 함께 찾아온다. "텐트가 없어졌어요. 캠프 4가 없어졌어요"라며 구조를 요청하는 박영석 대장의 물기어린 목소리로 오희준, 이현조 두 대원의 생과 사가 갈린다.

영화는 산악인의 운명적인 삶을 고통스레 축약하며 끝을 맺는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의 길을 갔다… 삶이란 본시 예약된 죽음의 다른 형태다". 6일 개봉, 전체관람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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