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제44대 미국 대통령의 탄생이 자국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시작한 경기침체, 러시아와 서방의 신냉전, 테러와의 전쟁, 에너지와 환경 등 현안이 많아 미국의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자국의 득실을 계산하면서 미국과의 협력 강화 및 관계 정상화 등을 기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유럽연합(EU)이 3일 차기 미국 대통령 앞으로 보내는 공동 서한을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27개 EU 회원국 외무장관들이 마련한 6페이지 분량의 이 서한은 공식적인 대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봉인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따라서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과 유럽의 협력 강화 방안과 공동 정책 등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교장관은 "한 나라가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EU는 더 이상 부수적인 역할을 하는데 그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EU는 특히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보여준 일방주의 외교가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남미의 좌파 지도자들도 미국의 차기 정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 루이스 아니사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미국 국민의 주권적 결정에 따라 대선 결과가 나오겠지만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기를 바란다"는 말로 오바마를 공개 지지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 등도 오바마 지지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히면서 관계 개선을 희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차베스 대통령은 4일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면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새 시대로 함께 진입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가 자유무역협정(FTA)에 부정적이어서 미국과 중남미의 통상관계에 마찰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루지야 전쟁 등으로 미국과의 관계가 얼어붙은 러시아도 대선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러시아를 주요 8개국(G8)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한 매케인보다는 대화를 중시하는 오바마의 당선을 바라는 분위기다. 하지만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최근 "오바마, 매케인 모두 외교에 관한한 생각이 같다"며 누가 당선되든 양국 관계가 쉽게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러시아와 미국이 테러리즘, 마약밀매, 기후변화 등 국제 현안의 해결을 위한 협력을 다짐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는 두 나라가 협력을 더욱 강화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지적하면서 양국의 차후 관계를 큰 흐름에서 낙관했다.
차예지 기자 nextw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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