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승리한 지 이틀째인 6일까지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이 미국 대선 때마다 최소 2, 3개월은 관망을 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잠잠한 북한의 태도가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북한은 2000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도 개표 과정의 혼선만 보도한 뒤 별다른 언급을 삼갔다. 그러다 대선 2개월 뒤인 2001년 1월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 입장이 드러나자 "북미 제네바 합의 이행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뒤 미국과 대립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2004년 부시 대통령 재선 때 역시 3개월 정도 상황을 지켜보다 다음해 2월 핵무기 보유 선언으로 강공책을 펼쳤다. 당분간 관망하는 자세로 나오리라는 분석도 이런 경험에 근거하고 있다.
그렇다고 북한이 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 매체들은 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군부대 방문 사진을 공개한 데 이어 이날은 중앙예술단체 공연 관람 사실을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최태복 김기남 노동당 비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현철해 리명수 인민군 대장 등과 함께 공훈국가합창단 등의 공연을 관람했다고 전했다.
북한 정권 수립 60주년 기념일인 9ㆍ9절 행사에 김 위원장이 불참하면서 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뒤 5번째 동정 보도다. 의도는 크게 두 가지. 우선 북한 내부에 김 위원장의 건재를 과시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또 오바마 당선자에게 "미국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기도 하다.
북한은 현 부시 행정부의 맥을 잇는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보다 오바마 당선자를 선호해 왔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6월 "조선의 지도자와 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공언해 온 오바마가 부시의 아류이자 네오콘의 허수아비인 매케인보다 낫다"고 내심을 드러냈었다. 물론 북한 당국자들은 "오바마와 민주당 행정부 역시 패권 국가인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고, 공화당 행정부와 근본적 차이가 없기 때문에 큰 기대를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 전망이 그렇게 낙관적이지는 않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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