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현장에서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지 못했을 때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경기 동두천소방서에서 119구조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용호(50ㆍ사진) 소방위는 '두 얼굴의 슈퍼맨'으로 불린다. 소방서에서는 뛰어난 상황판단을 갖춘 베테랑 구조대장으로 화재를 진압하거나 인명을 구하고, 밖에서는 남다른 선행과 봉사로 주위의 귀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소방위가 소방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은 1980년. 공채로 입문해 1995년 의정부소방서 119구조대로 발령나면서 구조대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그 때 소방관 생활에서 잊을 수 없는 사건을 경험하게 됐다. 삼풍백화점 사고가 발생한 1995년 6월 사고 현장으로 파견나갔고, 그 아비규환의 상황에서 무려 502명이 목숨을 잃은 순간들을 생생하게 목격하며 눈물의 구조활동을 벌였다.
"백화점 사고를 겪은 이후 항상 대원들에게 구조대원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일하기에 더 많은 이들을 삶의 영역으로 데려오기 위해서 능력을 갖추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 소방위는 남다른 선행과 봉사활동으로 칭찬이 자자하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은 힘들고 어려운 성장기에서 비롯됐다. 그는 일곱살 때 아버지를 여읜 뒤 정규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야학에서 공부해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했고 어머니마저 간암으로 투병하다 그가 26살 되던 해 유명을 달리했다.
특히 그는 어려운 이웃들을 대상으로 나눔의 삶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한 소방위는 1990년 소방검사를 위해 YMCA 장암사회복지관에 나갔다 어려운 처지의 노인들을 본 뒤 지금까지 봉사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한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직원들과 함께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목욕, 김장봉사와 야유회 버스 지원활동에 나서고 있다.
3년 전부터는 독거노인을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고 올 초부터는 볼리비아의 어린이 한 명과 자매결연을 맺어 매달 2만원씩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그는 또 파킨슨병으로 투병중인 장모를 위해 처가에 들어가 11년동안 장인, 장모를 친부모처럼 모시고 살기도 했다. 그는 "3일동안 하수도에 갇혀 있다 구조된 아이가 일년이 지나 생일잔치를 한다며 연락이 왔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며 "사고 현장에서 구조를 할 때 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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