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는 중산층 살리기, 친환경 정책으로 요약되는 공약으로 표심을 흔들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공약 실행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걸림돌은 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적자로 오바마 당선자에게는 정책 실행을 위한 실탄 자체가 부족하다.
영국 텔레그라프는 5일 "의료보장 확대, 신규고용 창출 등 엄청난 예산이 필요한 공약을 내세우면서도 95%의 미국인에게 감세 혜택을 주겠다는 말은 다소 모순된다"고 평했다. AP통신도 "오바마의 비전과 약속은 현실과 충돌한다"는 말로 난처한 상황을 표현했다. 오바마 당선자의 주요 공약과 그 앞에 놓인 난관을 살펴봤다.
경제
경제 공약의 핵심은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중산층과 저소득층 살리기다. 연소득 25만달러 이하 가계에 대한 감세와 저소득층 혜택 확대, 연 소득 5만달러 이하 노년층 면세 등을 골자로 한다.
오바마는 500억달러를 직접 투입, 고용창출과 중산층 보호에 나서겠다고 했다. 절반은 '주 성장기금'을 조성 주 정부가 저소득층에 제공하던 혜택을 지속토록 했다. 나머지 250억 달러로는 도로, 다리 등 사회기반시설 공사를 통한 고용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걸림돌은 재정적자다. 오바마는 부시 정부가 남긴 4,550억달러 규모의 적자를 떠안아야 한다. 오바마는 이라크 전쟁 비용과 연 소득 25만달러 이상 가정과 다국적기업, 석유회사의 세금 혜택을 철폐하면 재원 조달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공약을 모두 실현한다면 향후 10년간 재정적자는 2조9,500억달러나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
오바마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화석연료 사용과 대외 석유의존도를 줄이며 탄소 배출 기업에 비용을 물게 하는 등 친환경 공약을 내세웠다. 그는 향후 10년간 매년 150억 달러씩 투입,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고 2012년까지 10%, 2025년까지는 25%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청사진을 내세웠다. 실업난의 해답 역시 에너지에서 찾고 있다. 오바마는 풍력, 태양열발전 등 투자를 통해 500만개의 신규 '그린 잡(green job)'을 창출하겠다고 했다.
현실의 벽은 높다. 중동으로부터 석유 수입을 줄이면 지출은 더 증가할 것이다. 게다가 대체에너지는 친환경적이지도 않다. WSJ에 따르면 타르 샌드에서 오일을 추출할 경우 석유 채취보다 20%나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 의회가 1,500억달러 규모의 대체에너지개발 법안을 통과시킬지도 의문이다.
의료제도
오바마 당선자는 미국 국민 중 4,500만명이 의료보험 없이 살아가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을 확대키로 약속했다. 더불어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보조제도와 어린이건강보험프로그램 확대 등 공공 혜택을 확대해 민간 보험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의료개혁을 시도하다 세금 확대를 우려하는 여론의 반대에 부닥쳐 물러났던 것처럼, 오바마 역시 국민의 지지를 얻을지 의문이다. 10년 내 1조6,000억 달러로 예상되는 비용을 투입해 개혁한다 해도 전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WSJ은 세금정책센터의 분석을 빌려 "오바마의 정책 시행 첫 해에 보험 미가입 국민은 도리어 1,800만 명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
오바마는 이라크 전쟁으로 훼손된 미국 이미지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취임 후 16개월 안에 이라크에서 철군하고, 아프가니스탄 내 알 카에다와 탈레반 등 극단주의자를 몰아내 중동 평화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말처럼 쉬울 것 같지는 않다. 이라크에서 철군하는 즉시 이라크의 안보가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무책임하다는 비난에 처할 수도 있다. 당장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실제 이라크 철군이 이뤄질 때까지 아프가니스탄으로 보낼 추가 병력이 없는 상태에서 오바마는 취임 직후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해결하라는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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