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 첫 날에 태어난 '밀레니엄 쌍둥이'가 뇌성마비 판정을 받고도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하다 3년 만에 법원 판결로 장해보험금을 받게 됐다.
정모씨 부부는 2000년 1월 1일 세 쌍둥이 아들 3형제를 낳았다. 그러나 7개월 만에 체중 1㎏안팎의 미숙아로 태어나는 바람에 세 쌍둥이는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고 막내는 치료 도중 세상을 떠났다.
나머지 형제는 3개월 치료를 마치고 무사히 퇴원했지만 두 돌을 앞둔 2001년 12월 뇌성마비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정씨 부부는'발달 중에 있어 호전될 가능성이 많으니 2년 후 재판정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2005년 11월 뇌성마비가 맞다는 확정진단에 따라 그마저도 무너져 내렸다.
정씨 부부에게 남은 것은 쌍둥이 형제가 생후 6개월이 될 무렵 우연히 들어뒀던 '우체국 어린이 보험'. 그러나 보험 계약 당시 인큐베이터 치료는 질병 치료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바람에 '7일 이상 입원, 수술 등을 받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문항에 '없다'고 답한 게 문제가 됐다.
보험금을 청구하자 우체국은 "저산소성 뇌손상 등의 진단을 받고 인큐베이터 치료를 받은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며 보험계약을 해지했고, 이에 정씨 등은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부장 김흥준)는 부모의 대리 하에 정모(8)군 형제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일시불 2,000만원 및 2007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씨는 아이들이 인큐베이터에서 미숙아에게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치료를 받은 것으로만 알고 있었던 듯하다"며 "뇌성마비로 첫 진단을 받을 때까지 이와 관련한 별도의 치료나 정기검진을 받은 적도 없었던 점으로 볼 때 '고지 의무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