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2, 3학년용 한국 근ㆍ현대사 교과서 집필진들이 4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내놓은 교과서 수정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해 파장이 예상된다. 해당 출판사측도 집필진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보수단체들은 “최소한의 수정 요구조차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좌편향 교과서를 그대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어 이념 논쟁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근현대사 집필자 협의회는 이날 오전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과부의 수정 권고안은 검인정제 도입 취지를 무시하고 정권의 입맛에 따라 교과서를 수정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긴 역사의 오점”이라고 주장했다.
협의회에는 총 6종의 근현대사 교과서 중 두산교과서를 제외한 금성출판사, 대한교과서, 법문사, 중앙교육진흥연구소, 천재교육 집필진 30여명 중 9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으며, 이날 기자회견에는 교과부의 50개 수정권고안 중 38건을 지적받은 금성교과서의 홍순권(동아대) 교수 등 3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수정권고안 대부분이 숫자를 늘리기 위해 짜맞춘 ‘첨삭지도’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쟁점이 될 수 있는 항목은 15개 정도”라며 “이런 것들도 이른바 ‘좌편향’ 주장을 뒷받침할 내용은 전혀 아니며, 어디까지나 검인정제도의 다양성 측면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정권고안에 포함된 ‘1945년 9월9일 오후 3시…일본 국기가 내려지고…일장기 대신에 성조기가 올라갔다’(금성출판사) 부분도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서술한 것이라는 게 집필진의 주장이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가 펴낸 교과서를 쓴 주진오 상명대 교수는 “그동안 교과부 권고 없이도 각 단체에서 수정 요구가 오면 학자적 양심에 따라 자율적으로 거쳐 왔다”며 “사실관계 오류에 문제가 제기된다면 집필진이 일종의 의무로서 수정하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집필진들의 수정권고안 수용 거부에 난감해 하면서도 직권 수정 등 극단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교과부 관계자는 “집필진들이 출판사를 통해 정식으로 수정 거부 입장을 전달해오면 논리적으로 설득해 나갈 방침”이라며 “수정 권고안 거부는 일부 집필진 의견이어서 충분히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일부 집필진이 수정을 끝내 거부할 경우 일선 학교에 지도자료를 보내 수정권고한 내용으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검인정을 거치지 않아 논란의 소지가 크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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