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종합부동산세 위헌심판을 앞두고 재정부가 헌법재판소와 접촉해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듯한 인상을 주는 발언을 해 국회를 한때 파행시키는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강 장관과 헌법재판소의 설명을 종합하면 극히 단순한 일반절차를 밟았을 뿐이다. 그런데도 무신경한 '실언'으로 사회적 비난과 의혹을 부르고, 국회 기획재정위와 법사위의 합동 진상조사까지 자초했으니 강 장관의 자질과 성실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강 장관은 헌재의 종부세 위헌심사 전망에 대한 질의에 "헌재와 접촉했지만 확실한 전망을 할 수 없다"며 "세대별 합산은 위헌으로 갈 것 같다는 말을 세제실장으로부터 보고 받았다"고 답변했다. 마치 재정부가 헌재와 물밑대화를 했고, 그 결과 일부 위헌을 예상하게 됐다는 느낌을 주고도 남는 말이다. 더욱이 처음에는 재정부 관계자가 '주임 재판관'을 만났다고 했다가 재판관이 아니라 헌법연구관을 만났다고 말을 바꿔 의혹을 키웠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국기 문란' '헌정 유린'이라며 비난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강 장관의 말처럼 행정부가 헌법재판소와 '접촉'했다면, 권력 분립의 원칙이나 헌재의 독립성을 손상하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실언'과 오해에서 빚어진 해프닝임이 드러난 뒤에도 야당이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것은 헛된 정치공세다.
문제의 '접촉'은 세제실장을 비롯한 재정부 실무진이 헌재를 방문, 헌법연구관에게 종부세와 관련한 정부의 기존 입장을 변경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경위를 설명한 것이 전부인 것으로 밝혀졌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른 절차다. 또 일부 위헌 예상이란 재정부 고문변호사 등의 의견을 종합한 세제실장의 보고였으며, 비슷한 내용의 예상은 언론에도 여러 차례 보도됐다. 헌법재판관 9인의 논의와 평결에 따른 헌법재판 결과를 헌법연구관이 예상할 수 있다는 가정 자체가 상식과 멀다.
'실언'을 이유로 강 장관의 자질을 따질 수야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헌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흔들게 될 정치공방은 그만두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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