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해 4%로 하향조정했다. 지난달 9일 정례회의에서 0.25%P를 내린 데 이어 28일 임시회의에서 0.75%P나 인하한 것을 감안하면 기준금리가 한달 새 1.25%P나 떨어졌다. 기준금리를 이처럼 급속히 내린 것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몰고 온 실물경제 침체조짐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시중의 자금경색을 방치하다가는 자칫 가계와 기업의 부도사태가 잇따르고 이것이 거꾸로 금융부실을 키우는 악순환이 우려된다는 뜻이다.
금통위는 금리 추가인하의 배경을 밝힌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에서 우선 수출증가세 둔화 및 내수부진에 금융시장 불안까지 겹쳐 성장의 하향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부동산거래 위축과 함께 가격급락 움직임이 있고 금융기관의 여신태도 강화와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에 따른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 악화도 크게 우려했다. 금통위가 경기상황을 이처럼 부정적으로 진단한 것은 드문 일이다. 이성태 한은총재는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상당히 내려갈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유동성 공급량과 속도가 너무 크고 빨라 솔직히 걱정스럽다. 고통을 단기에 치유하려는 느슨한 통화정책이 지금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역사적 경험은 물론, 초보적 경제이론에 비춰봐도 과잉유동성은 분명히 경계할 일이다. 더 큰 문제는 한은이 금리를 내려도 자금시장에선 '신용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아 금리인하는커녕 돈이 돌지 않는 점이다. 정부가 논란을 무릅쓰고 달러유동성과 원화유동성을 잔뜩 공급해도 자산 건전성 위험에 노출된 금융권이 돈을 풀지 않기 때문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엊그제 시중은행장들과 만나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 줄 것을 주문하며 대출만기 연장 실적을 매주 점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흑자도산 등 비올 때 우산을 뺏는 금융권의 행태를 나무라며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현장에서 제때,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꼼꼼히 챙기겠다"고 약속한 연장선이다. 금융권도 할 말이 있겠지만 지금은 결자해지의 책임감으로 신뢰위기 해소에 앞장서는 것이 공멸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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