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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이코노미에게 물어 봅시다] 금융위기 때 중앙은행의 역할은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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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이코노미에게 물어 봅시다] 금융위기 때 중앙은행의 역할은 뭔가요

입력
2008.11.10 01:11
0 0

Q.

요즘 신문기사들을 보면 각 나라의 중앙은행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대부분 '돈이 부족한 금융시장에 얼마를 긴급히 풀기로 했다'는 내용 들인데요. 이는 요즘 같은 위기 때가 아니면 좀처럼 보기 힘든 현상입니다. 도대체 중앙은행은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이길래 요즘 이렇게 바빠진 걸까요. 닥터 이코노미에게 물어봅시다.

A.

중앙은행은 무엇을 하는 곳이죠?

우선 중앙은행의 기본적인 역할부터 알아보죠.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화폐를 발행하고, 은행의 은행으로서 금융회사들로부터 돈을 받고 또 빌려줍니다. 또 정부의 은행 역할도 하고 외화자산을 관리하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능은 바로 '통화정책' 입니다. 각종 시중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기준금리를 정하는 게 대표적인데요. 통화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물가안정을 위해서입니다.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물가안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죠.

통화정책은 물가안정 뿐 아니라 '금융안정(financial stability)'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통화정책의 효과는 금융시장을 통해 경제 전체에 파급되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통화정책 성공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또 요즘처럼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되려 경제위기의 진앙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는 '금융안정'을 중앙은행 설립목적의 하나로 삼고 있답니다. 명시적인 목적에 포함되어 있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이를 위한 권한과 책임도 중앙은행에 부여하고 있습니다.

금융안정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세요.

금융안정은 크게 금융회사들의 안정과 금융시장의 안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금융회사들의 안정'은 미시적 금융안정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개별 금융회사들이 자체 능력으로 큰 어려움 없이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고 시장 참가자들이 이를 신뢰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금융회사들은 대부분 거래규모가 크고 이해당사자가 다수이기 때문에 불안심리에 의한 예금인출사태(뱅크런ㆍbank-run) 또는 연쇄부도가 발생할 경우 금융시스템 전체를 큰 혼란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금융시장의 안정'은 거시적 금융안정으로서 시장에서 형성되는 금리, 주가, 환율 등 금융자산의 가격이 기초 경제여건을 제대로 반영함으로써 금융변수에 거품이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금융회사들의 안정과 금융시장의 안정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히 관련되어 있습니다. 금융회사들의 경영상태가 불안하면 전반적인 리스크에 대한 우려 때문에 자금이 원활하게 흐르지 않아 금융시장의 안정이 저해되고, 반대로 금융시장의 안정이 흔들리면 금융자산의 가치가 하락하고 부실채권이 많아져 금융회사들의 안정을 해치기 때문이지요.

금융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은 어떠한 역할을 하나요?

금융불안은 경제를 크게 동요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중앙은행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사태를 사전에 예방하고 위기 발생시 즉각 조치할 수 있는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요. 특히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기능은 위기시 금융안정 회복을 위한 중앙은행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최종대부자 기능이란 말 그대로 '마지막으로 돈을 빌려주는 사람' 입니다. 금융위기가 발생해 개별 금융회사들 혹은 금융시장 전체에 자금 부족사태가 발생할 때 위기 극복을 위해 마지막으로 자금을 공급해 주는 역할을 말하는데요. 이는 중앙은행이 한 나라 안에서 유일하게 '돈을 찍어내는 힘'(발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흔히 말하는 금융회사들의 유동성 위기란 당장 지불할 수 있는 돈이 부족해서 예금인출 등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이지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여 지불능력 자체가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이들 은행이 보유하고 있지만 즉각적으로 현금화하기 어려운 증권을 담보로 돈(유동성)을 적기에 공급함으로써 위기를 넘길 수 있게 도와줍니다.

요즘은 중앙은행들이 어떤 대책을 내놓고 있나요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신용경색과 함께, 그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가 나타나기 쉽습니다. 신용경색은 기업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자금공급 파이프에 이상이 생겨 돈이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이런 신용경색이 장기화되면 대량부도와 경기침체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합니다.

10월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정책금리를 동시에 내렸습니다. 이는 돈을 빌리는 비용을 낮춤으로서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원활하게 흐를 수 있도록 한 조치입니다.

또 최근에 FRB는 돈을 빌려줄 때 담보로 穗?증권의 범위를 확대해서 금융회사들에 더 많은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9월에는 미국의 대형보험회사인 AIG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금융위기시에는 중앙은행이 평상시와 달리 과감하고 직접적인 금융지원을 실시하기도 합니다.

유럽에서는 유로지역 15개국 정상들이 모여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공동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주로 금융회사들에 대한 자금지원 방안들이 포함되어 있어 금융시스템에 신뢰를 회복하고 시장의 긴장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시아 등지의 많은 중앙은행들도 금융불안 위기 극복을 위해 비슷한 내용의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요.

한국은행은 어떤 대책을 마련했나요

최근 우리나라도 국제금융시장 불안의 영향으로 환율 및 주가가 급등락하고 부분적인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실물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어 많은 대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한국은행은 시장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고자 기준금리를 사상 최대폭으로 인하(5.00%→4.25%)했지요. 또 금융기관에 더 많은 자금을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해 자금공급 채널도 다양화했답니다.

이외에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긴급자금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도록 하는 한편, FRB로부터 원화와 달러화를 교환하는 형식으로 달러화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런 조치는 모두 유동성 공급을 통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풀어읽는 키워드

●뱅크런 (bank-run)

금융사 파산위기 때 고객의 예금인출 사태

고객이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한꺼번에 은행(bank)으로 달려가는(run) 것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평상시에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지만 금융회사가 파산위기에 처했을 때는 지급불능 위험을 예상하여 다수의 예금자가 예금을 인출하려는 일이 종종 일어나기도 합니다.

금융사, 특히 은행은 단기로 예금을 유치해서 장기로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가진 자산과 부채의 만기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또 고객의 예금 인출요구에는 즉각 응해야 하지만 대출을 회수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걸리지요. 따라서 뱅크런이 일어나면 은행은 갑작스런 지급요구에 응하지 못하는 유동성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더욱이 한 은행의 유동성 위기는 금융시스템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건전한 은행이라도 동반 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아이슬란드에서 뱅크런이 있었습니다. 글로벌 신용경색 심화로 외화차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아이슬란드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함에 따라 예금자들이 대량으로 예금을 인출하는 사태가 벌어졌죠. 아이슬란드 정부는 파산위험에 처한 은행에 대해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국가 내의 모든 은행 및 저축은행 예금에 대해 무제한 지급을 보장하는 비상대책을 내놓기도 했답니다.

한국은행 조사국 문지희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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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FRB의 파격적 조치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올해 들어서만도 그야말로 엄청난 돈을 시장에 쏟아 부었습니다. 규모는 물론, 방법에서도 '대공황 이후 처음'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파격적이었죠. 그만큼 사정이 다급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알아볼까요?

올 3월 뉴욕의 대형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휘청일 정도로 금융회사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됐습니다. FRB는 은행들에게 당장 필요한 현금을 지원하기 위해, 이들이 보유한 국채 등을 담보로 내면 달러를 빌려주는 기간입찰대출(TAF) 규모를 2,000억달러까지 확 늘렸습니다.

그런데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자 이번엔 기간증권대출(TSLF)이라는 제도를 처음 도입했죠. '프라이머리 딜러'라고 불리는 20개 대형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모기지채권 등을 담보로 내면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미국의 국채를 일정 기간 빌려주는 것이었죠.

베어스턴스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구제금융을 요청하자 JP모건이라는 은행에 300억달러를 지원해 주고, 베어스턴스를 인수하게 했는데요. 이 역시 이전에는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조치였습니다.

9월에는 리먼브러더스라는 투자은행이 결국 파산했는데요. 이때도 FRB는 엄청난 돈을 뿌렸습니다. 리먼 파산 직후, FRB는 9ㆍ11사태 이후 최대 규모인 이틀동안 700억달러씩 1,400억달러의 단기 자금을 풀었습니다. 미국 최대 보험사인 AIG가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역시 850억달러라는 거금을 처음으로 보험사에 지원하기도 했죠.

10월에는 급기야 기업들에게까지 자금지원을 확대했습니다. 채권을 팔지 못해 다급해진 기업들을 돕기 위해 기업어음(CP)과 은행들의 양도성예금증서(CD)까지 사들이기로 한 것이죠.

지원 대상은 미국 국내뿐만이 아닙니다. FRB는 지난주 우리나라와도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는데요. 달러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각국에게 그 나라 돈과 달러를 한시적으로 바꿔주는 계약(통화스와프)을 체결하는 식으로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FRB는 지금까지 우리를 포함한 15개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습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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