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내 놓은 '무역수지 개선 전략 및 대책'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중 하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살 때 최고 310만원의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다.
내연 기관과 전기 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차는 연료비가 절반 밖에 들지 않는 친환경차다. 그러나 일반 자동차보다 비싼 것이 흠. 이 때문에 내수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숙원이다.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지원을 발표한 지식경제부는 "이번 대책으로 국내 판매량이 늘고 실적이 쌓이면 외국에 수출할 때 근거로 제시할 수도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껍질을 한 꺼풀만 벗겨 보면 사정은 아주 다르다. 내년에 나오는 현대차의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기아차의 포르테 하이브리드 차는 LPI 방식이다. LPI란 액화석유가스(LPG)의 분사 방식을 개량한 것으로 연료가 LPG다. 그런데 LPG를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는 국가는 사실상 우리나라밖에 없다. LPI 하이브리드 차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LPG 충전소까지 함께 수출해야 할 판이다. 따라서 이 차는 수출이 불가능한 차다. 결국 정부는 순수 내수용 차를 구입할 때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한 것이고, 이를 수출진흥책이라며 발표한 것이다.
도요타나 혼다는 휘발유를 쓰는 하이브리드 차를 수출하고 있다.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선 하이브리드 차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훨씬 더 커져야 한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수출이 불가능한 차에 대한 지원이 어떻게 5,000억달러 수출 달성을 위한 대책이 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할말이 많아진다. 아예 내수 진작책이나 그린카 경쟁력 제고 방안에 포함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날 지경부의 수출 대책을 보고받은 이명박 대통령은 은행들의 '안면 바꾸기'를 지적했다. 정부가 금융지원책을 내놔도 기업들에게는 여전히 높은 은행의 문턱을 꼬집은 것이다. 경기활성화 최전선의 기업들이 실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을 내 놔야 한다는 게 청와대나 산업현장의 주문이다.
박일근 경제부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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