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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미국의 선택/ 인종의 벽 넘을까… 美는 '긴 줄'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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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미국의 선택/ 인종의 벽 넘을까… 美는 '긴 줄'을 섰다

입력
2008.11.10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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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주제였다. 미 역사상 처음으로 흑백 후보가 격돌한 이번 대선은 다인종으로 구성된 미국 사회에 새로운 정치 실험의 기회를 열었다. 백인이든, 흑인이든, 히스패닉이든, 아시아계든 미국의 유권자들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대결 속에서 인종의 벽을 넘어 변화의 메시지에 귀 기울였다.

■ 흑인 '인권史 이정표' 환호 속 암살 공포 그림자

오바마 지지도 90% 압도적

선거 막바지에 터진 금융위기는 세계 최강 미국의 지위를 흔들면서 미국을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를 키웠다. 하지만 인종별로 미묘한 편차는 있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탄생 가능성이 높은 미 대선의 인종별 표심을 짚어본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 대한 흑인 사회의 정서는 '침묵 속의 열광'으로 요약된다. 1865년 노예 해방 후 150년에 걸친 흑인 인권 발전사에 기념비적 이정표가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흑인 사회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흑인에게 용기와 성취감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바마 후보에 대한 흑인의 지지는 압도적이다. 갤럽의 7월 조사에 따르면 흑인의 오바마 지지도는 90%인 반면 매케인 지지도는 4%에 불과했다.

그러나 흑인들은 조심스럽다. 최초 흑인 대통령 탄생의 기대가 행여나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가슴을 졸였다. AP통신은 "마틴 루터 킹 목사,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등 유색인의 지위 향상을 추구했던 지도자들이 암살됐다는 사실 때문에 미 흑인 사회에 두려움과 환희가 교차하고 있다"고 전했다. 1960년대 민권운동으로 투옥됐던 흑인 여성 룰라 쿠퍼(75)는 이 통신에 "투표용지에 있는 오바마의 이름에 기표하면서 울었다"며 "그가 이길 것으로 보지만 너무너무 조심스럽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 백인 "피부색 아닌 능력 기준 투표" 외견상 포용

무당파 유권자 대부분 차지

미국의 백인 사회는 다소 혼란스럽다. '대통령은 와스프(WASPㆍ앵글로 색슨계, 백인, 신교도) 출신'라는 미국 정치사의 굳건한 전통이 깨질 수 있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 공화 양당의 어느 곳에도 지지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무당파 유권자의 80%가 백인이라는 조사는 새로운 전통이 만들어지고 있는 시간을 대하는 백인들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다수의 백인, 특히 보수적 백인들은 여전히 공화당 후보이자 백인인 매케인을 지지했다. 하지만 흑인 후보 오바마가 던지는 변화의 메시지는 백인들에게도 공감의 울림을 퍼지게 했다. 갤럽 의 7월 조사에서 백인의 53%가 매케인 후보를 지지했지만 오바마 후보에 대한 지지율도 38%나 됐다. 피부 색깔이 후보를 지지하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는 증거다.

LA타임스는 "백인 유권자 상당수는 오바마 후보의 당선을 미국 사회의 뿌리깊은 인종 갈등을 치유하는 계기로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주택 압류와 해고가 잇따르면서 백인들이 두 후보의 경제정책, 세제개편안 등 현실적인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도 "백인들이 인종 문제에 대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있어 투표장에서 브래들리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 히스패닉·아시아계, 정치파워 확인… 유색인종 지위향상 기대

투표 참여율 높아질 듯

이번 선거는 히스패닉계와 아시아계에게도 정치적 입지를 올리는 도약대가 됐다. 히스패닉계는 이미 미국 인구의 15%를 차지, 12%인 흑인을 제치고 미국 인구 순위 2위의 인종을 구성하고 있다. 그런 만큼 정치적 파워를 키우려는 열망을 품어왔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그렇기에 변화를 외치는 흑인 후보 오바마의 도전은 이들의 정치의식을 한층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 히스패닉계가 이번 대선에서 흑인 다음으로 오바마 후보의 강력한 후원 세력이 된 사실은 이런 정치적 각성과 무관하지 않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히스패닉계의 62%가 오바마 후보를 지지한 반면 매케인 후보 지지는 29%에 머물렀다.

특히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히스패닉계는 소수 인종 출신인 오바마 후보가 당선하면 이민정책이나 사회보장제도 등에서 보다 유연한 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중국 등 아시아계도 오바마 후보의 당선이 유색 인종의 지위와 권익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믿고 있다.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계의 41%가 오바마를 지지해 24%에 불과한 매케인을 크게 앞섰다.

이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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