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폭풍우를 피할 수 있는 ‘달러 우산’이 마련됐지만, 실물 먹구름이 더 빠르고 짙게 몰려 오고 있다. 제조업의 체감경기는 환란 후 최악으로 추락했고, 산업 생산은 7년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비 둔화세도 확연했다.
위기 진원지인 미국 역시 금융 불안이 실물경제 침체로 급속히 번져가고 있다. 3분기 성장률은 7년만에 최저치로 주저 앉았고, 소비 지출은 2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위기의 폭풍이 금융에서 실물쪽으로 급속히 옮겨가는 양상이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생산, 소비, 투자, 경기 지표가 모두 급격한 악화세를 보였다.
생산 지표인 지난달 광공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1% 증가했지만, 조업일수를 감안하면 실질생산은 오히려 0.8% 감소했다. 2001년 9월(-3.0%)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증가율이다.
소비 추이를 보여주는 소비재판매는 의복, 직물, 가공식품, 승용차 등의 판매 부진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0% 감소했다. 2005년 1월(-3.3%)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기계수주도 1년 전에 비해 33.4% 감소했고,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사상 처음 8개월째 동반 하락했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 역시 환란 후 최악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의 11월 업황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5로 전달의 78에 비해 13포인트나 급락했다. 환란 당시인 1998년 4분기(55)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업황전망 BSI가 100 미만이면 한달 후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좋게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지수 하락은 내수기업(13포인트 하락)과 수출기업(13), 대기업(13)과 중소기업(14)을 가리지 않았다.
지식경제부와 산업연구원이 조사한 4분기 제조업 시황 전망 BSI도 78로 3분기(98)보다 무려 20포인트나 급락했다. 전망치가 80선 아래로 내려선 것은 조사를 시작한 2001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미국의 경기 침체는 더 가파르다. 미국 상무부가 30일(현지시간) 발표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0.3%로, 2001년 3분기(-1.4%) 이후 7년 만에 가장 저조했다. 특히 소비지출은 1980년 이후 최대 하락폭(-3.1%)을 기록했다. 미국 소비가 감소세를 보인 것도 1991년 이후 처음이다.
미 백악관은 이날 “미국 경제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그러나 다시 반등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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