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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街 저승사자' 쿠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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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街 저승사자' 쿠오모

입력
2008.11.04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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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街)에 진짜 저승사자가 떴다.

앤드류 쿠오모(50) 뉴욕주 검찰총장이 월가에 법의 잣대를 들이대며 부정 관행 척결에 앞장서면서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 쿠오모 총장이 공적자금이 투입될 예정인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등 9개 대형 금융기관 앞으로 일주일 내에 경영진 보수 관련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요청 자료는 경영진의 올해 예상보수, 공적자금 지원 결정 이후 보너스 체계의 변동, 지난해 25만 달러 이상 보수를 받은 경영진에 관한 자료 등이다. 경영진 보수에 대한 쿠오모 총장의 수사가 시작되자 금융기관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월가의 올해 보너스는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실 '월가의 저승사자'는 쿠오모의 전임자인 엘리엇 스피처 전 검찰총장의 별명이었다. 하지만 뉴욕 주지사로 선출된 스피처가 올해 초 '콜걸 스캔들'로 정가에서 물러났고, 쿠오모가 월가 규제에 더욱 매서운 태도를 보이자 월가는 "진짜 저승사자는 쿠오모"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쿠오모 총장은 지난해 말 금융위기가 가시화하자 증권 관련 사기 사건에 민ㆍ형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마틴 법안(Martin Act)'에 기초, 월가 규제를 강화해 왔다. 지난 주 쿠오모 총장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받은 AIG와 전 경영진의 보수를 동결한다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AIG는 미 정부로부터 1,230억 달러의 지원을 받았으나 이 자금은 빠른 속도로 소진되어 가고 있다. FRB에 따르면 AIG는 투입된 자금 중 이미 900억 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금의 사용처가 불분명해지는 상황이어서 월가 주변에서는 부정회계 처리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쿠오모 총장은 4월에는 경매방식채권(ARS)의 가치가 폭락하자 금융기관이 이를 투자자들로부터 대거 되사들이도록 했다. 투자자들에게 금융상품의 위험성을 상세히 설명하지 않은 '불완전 판매'라는 이유였다. 씨티그룹, UBS, 메릴린치 등은 각각 73억달러, 186억달러, 100억달러 규모의 ARS를 고객들로부터 되샀다.

그는 유명 정치가문 출신으로 아버지 마리오 쿠오모는 83년부터 12년 동안 뉴욕 주지사를 역임했고 2003년 이혼한 아내 케리 케네디는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딸이다. 뉴욕주립대(알바니)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의해 1996년 주택도시계발청장(HUD) 대표(장관급)로 발탁돼 클린턴 퇴임시까지 일했다. 2002년 민주당 뉴욕 주지사 후보 경선에 출마했으나 실패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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