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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영화나 잘 만들어라

입력
2008.11.04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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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은 하나 뿐이다. 영화를 잘 만드는 길. 좋은 정책도, 강력한 지원도 그것을 대신할 수는 없다.

한국영화산업이 위기다. 올해로 3년째다. 사실 영화인들이 한 목소리로 "위기"라고 하니까 그렇다고 하자. 한창 잘 나가던 3년 전과 비교해 제작, 투자, 국내흥행, 해외수출, 관객 어느 하나 할 것 없이 폭삭 주저 앉았으니 그때와 비교하면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

투자는 60%나 줄었고, 1년에 100편이 넘게 만들던 작품도 올해는 3분의 1 수준인 30여 편에 불과하다. 덕분에 힘이 없어 밀려나 아예 개봉을 포기하고 창고에 쌓아놓았던 1, 2년 전의 '재고품'까지 극장에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발버둥쳐도 2006년 63.8%까지 치솟았던 국내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50.8%, 올 상반기 46.6%로 갈수록 내리막길이다.

아무리 100억원에 가까운 돈으로 도배를 하고, 스타들을 한꺼번에 여럿 등장시켜도 이제 관객 1,000만 명은 도달 불가능한 '꿈'이 돼버렸다. 한류가 푹 꺼진 해외수출은 더 비참하다. 2006년 수출액이 68% 감소하더니, 지난해에는 거기에서 또 절반으로 줄었다. 지난해 124편 중 손해 본 영화가 111편(89%)이나 된다. 올해라고 나을 것도 없다. 70여 편의 개봉작 중 그나마 단돈 100원이라도 번 영화는 대 여섯편 뿐이다.

한국영화 추락은 완성도 낮은 탓

거품, 시장의 왜곡, 정책의 실패, 경제상황 등 이유가 수십 가지는 된다. 그러나 뭐니 해도 가장 큰 이유는 영화의 완성도에 있다. 독창성도, 짜임새도, 시대와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 열정적인 연출도 없는 화려한 포장, 얄팍한 낭만이나 추억에 매력을 느낄 관객은 없다. <모던보이> <고고70> 의 참패가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그런데도 한국영화는 여전히 돈타령만 한다. 더 많이 만들다 보면 괜찮은 작품도 나올 텐데 돈이 없다, 돈을 달라는 말만 한다. 10억원 짜리 작은 영화로 132만 명을 모은 <영화는 영화다> 의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은가.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영화가 위기도, 추락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지금의 규모가 한국영화산업의 자리인지도 모른다. 솔직히 지난 10년 한국영화는 너무나 운이 좋았다. 마치 문화예술산업의 가장 큰 주인이나 되는 양, 개인의 사리사욕이 마치 국가의 정신과 문화를 지키는 것인 양 대접도 받았다.

그 속에서 배타주의와 국민의 돈(영화 지원금)을 함부로 쓰는 도덕불감증과 이타주의가 자라났다. 민간기구로 출범한 영화진흥위원회는 그것을 부추기는 사금고 역할을 했다. 인적 구성이 그랬고, 그로 인해 '내부자 거래'라는 비판을 사면서 10년 동안 무려 3,000억원을 쓴 흔적이 그랬다.

한 편에 몇 억원인 사전 제작지원금은 안 갚아도 그만이고, 몇몇 영화단체는 그 돈이 자기 것인 양 매년 챙겨갔고, 대학건물 계단 여기저기 쓰레기처럼 나뒹구는 잡지에 돈을 낭비했다. 그래 놓고도 모자라 영진위보고 돈 좀 더 만들어 달라고, 예술영화관 짓는 돈 왜 못 가져오느냐고 불만이다.

최근 강한섭 영진위원장의 "대공황" 발언에 대한 비판도 비슷하다. 제작자가 "식물인간, 고사상태"라고 말한 것은 영화계를 걱정하는 마음이고, 강 위원장의 말은 자신들(과거 영진위 사람들)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인다.

꼴 사나운 영진위원장 발언 비판

10년 동안 영진위 살림을 독점하거나, 개운치 않은 권한행사로 크고 작은 구설에 시달려온 사람들이 자성은커녕 큰 소리치며 맞서고, 새 정책에 대해 "별 것 없네, 우리 것 그대로 따라 하네" 하는 식으로 빈정거리는 것도 보기 싫다. 과거 행태로 볼 때 '돈'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의 정권은 이렇게 돈으로 영화계를 갈라 놓았고, 영화인들의 치열한 정신을 갉아 먹었으며, 과대망상을 심어 주었고,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약골로 만들었다. 지금부터라도 그 젖을 떼야 한다. 주더라도 '먼저 가져가는 사람이 임자'인 지금의 방법은 바꾸어야 한다. 영화는 물론 돈으로 만들지만, 돈만으로 절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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