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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지경부 公기업의 私기업 부려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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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지경부 公기업의 私기업 부려먹기

입력
2008.11.04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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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사 홍보팀인데요, 혹시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기고문을 좀 실어주실 수 있나요?”

최근 S사의 한 간부가 기자에게 연락, 다급한 목소리로 문의한 내용이다. “네? 왜 그 회사에서 에관공 이사장의 기고를 챙기시죠?”라고 묻자 그는 “저희가 에관공하고 사업을 같이 하는 게 있는데 그 쪽에서 좀 부탁(?)을 해서요”라고 대답했다.

지식경제부 산하 기관인 에관공과 이 회사가 같이 하는 사업이란 ‘탄소캐시백’ 제도다. 에너지효율이 높은 전자 제품 등을 구입하면 ‘탄소 포인트’를 주고 이를 버스ㆍ지하철 등의 요금이나 수도ㆍ전기 등 공과금을 낼 때 사용토록 하겠다는 것이 이 제도의 골자다. 지식경제부는 8월 이명박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언하자 곧 바로 이를 공식 발표했고, 지난달엔 이 사업을 주관할 에관공과 시스템 운영 주체인 S사간 업무협약까지 체결했다. 이에 따라 에관공은 탄소캐시백 포인트 적립 수수료를 매번 SK 자회사에 주게 됐다.

이태용 에관공 이사장 명의의 기고문은 주로 에관공 사업을 홍보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었다. 기고문 얘기를 누가 먼저 꺼냈는지는 분명치 않다. 이 이사장은 정말 순수한 의도로 S사에 큰 부담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부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갑’의 수장이 한 부탁은 ‘을’에겐 사실상 압력으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해당사에 대한 특혜설이 불거지고 있는 마당에 이 이사장의 처신은 오해를 부를 수도 있다.

더구나 에관공은 자체 홍보실도 갖고 있다. 이 이사장이 공단 내 홍보실 조직을 놔둔 채 특수 관계인 민간 회사 홍보실을 부려먹은 일은 쉽게 납득이 안 간다. 협력사가 얼마나 성의를 보이는지 시험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공단 홍보실보다는 민간 기업 홍보실 능력을 더 높이 사 그랬는지, 정말 알 수 없다. 공단 홍보실은 이에 대해 “그런 일이 진행되고 있는 지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해괴한 일이다.

박일근 경제부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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