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 위원회'를 내년 초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이 기구가 한국의 인지도 제고, 국가 마케팅과 해외 홍보, 문화 기반조성, 주요 도시의 경쟁력 제고 같은 과제들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간다면 큰 성과를 거둘 것이다.
요즈음 한국 경제상황을 사실보다 심각하게 보도하는 미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뉴욕타임스 같은 외신들을 접할 때마다 해외 홍보가 국가 브랜드 제고나 심지어 한 국가의 운명과 얼마나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지 절실히 깨닫는다. 외신들이 한국 사정을 폄하할 때마다 정부는 시정이나 정정보도를 요구하며 법석을 떨 것이 아니라, 사전에 우리 실정을 정확히 알리는 치밀한 홍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브랜드 위원회'가 말잔치로 끝나서는 안된다. 이 대통령은 영어 공교육 프로그램 추진을 위해 몰입식 영어교육이 가능한 교사를 매년 3,000명 이상 양성하는'영어교사 자격인정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현재 일부 교육청이 교사의 영어 구술능력을 높이려고'영어교사 교육센터'나 '영어능력 인증제'를 도입하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교원 양성단계에서부터 기본적 의사소통법과 영어사용 기법을 효과적으로 가르칠 교사를 길러내도록 사범대, 교육대학원 영어교육과정과 교재를 개편해야 한다. 거의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해야 함은 물론이다. 선생님들이 영어로 수업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학생들이 영어로 말하기를 기대할 수 있는가. 이를 간과한 채 사범대와 교육대학원 영어전공과정 양산을 인가한 교육과학기술부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한국의 인지도 제고를 위해서는 지구촌 어디서나 읽을 수 있는 영자 신문을 통한 해외홍보 전략 수립이 첫걸음이다. 국내에 몇 가지 영자지가 있지만 판매부수나 영향력은 다른 선진국 영자지에 비해 미미하다. 정부가 영자지를 통한 국가 마케팅과 해외홍보에 충분한 재정 지원을 해야 하는 이유다. 해외 공신력을 높이려면 정부 주도 보다도 코리아 타임스 같은 신문을 적극 활용해 볼 만하다. 58년 전통의 제일 오래된 국내 영자지로 외국인들도 애독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지원을 통한 영자지 활성화는 일반인의 영어 실력 향상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영어 읽기와 쓰기는 영자지를 읽고 영어로 생각함으로써 향상된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영어청취'나 '회화'능력이 온갖 경쟁에서 사람을 선택하는 기준이었으나 인터넷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이메일이나 블로그가 글쓰기 능력을 전면에 부각시켜 인터넷을 이용한 iBT TOEFL과 New TOEIC같은 시험도 말하기 외에 글쓰기 능력을 측정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영자지를 읽음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영어를 읽고 알아듣는 능력에 더해 말하고 쓰는 능력까지 갖추지 않고서는 세계화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교육풍토가 황폐화해 교육난민이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묵묵부답, 무책으로 일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박명석 단국대학교 인문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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