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쇼트 지음ㆍ이혜선 옮김/실천문학 발행ㆍ880쪽ㆍ2만3,900원
그의 집권 3년 8개월 동안 캄보디아 인구 200만명이 학살로 사라졌다. 국민 5명 당 1명 꼴이다. 킬링 필드를 만든 크메르루주 정권의 우두머리 폴 포트(사진)의 평전은 원제를 '악몽의 해부'(Anantomy Of A Nightmare)로 잡았다. 리처드 닉슨 정부의 용인 아래 캄보디아 땅을 지옥으로 만든 장본인인 그는 이 책을 통해 부관참시된다.
책은 "온순하고 남을 웃기기 좋아하며 평등주의의 이상향을 꿈꾸던" 학생 폴 포트가 왜 독재와 살인의 늪에 빠지게 됐는지를 기록한 한 편의 유구한 드라마다. 50여장의 생생한 사진과 크메르루주 핵심 인사들의 증언으로 진실을 파고 든다.
저자는 폴 포트뿐 아니라 캄보디아의 근현대사, 특히 주변국들에 시달리며 냉전을 헤쳐나간 외교의 현장을 재현하는 데도 많은 공력을 들인다. 프랑스 보호령 하의 역사와 동서 냉전의 모순이 생생하다.
책은 발로 씌어졌다. 폴 포트 정권의 지독한 비밀주의를 뚫고, 관련국의 기밀문서들을 찾아 헤맸다. 특히 크메르루주의 본거지까지 파고들어가 핵심 인사들의 육성으로 증언을 듣는 등 탐사 다큐멘터리 팀의 활동을 능가하는 것이었다.
희대의 살인마는 2003년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또 다른 희생의 시작이었다. 비판적 지성 노엄 촘스키는 "1970년대 초 캄보디아 농촌을 상대로 역사상 가장 집중적인 폭격을 지시했던 사람들도 당연히 전범 재판을 받아야 한다"며 정의의 심판을 촉구했다. 그러나 당시의 희생자들을 비롯해 그들의 살해자, 유엔 등 국제기구와 단체들의 구호사업을 차단했던 자 등은 모두 폴 포트에게 책임을 전가할 뿐이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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