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3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치며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작품을 인용해 "주님이 원하신다면 주님의 활인 제가 부러진들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저는 지난해 부러졌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지난해 대선에 출마했다 낙선해 '대선 3전 3패'의 기록을 쓴 아픈 과거를 거론하며 대권을 향한 꿈을 드러낸 것이다.
이 총재 주변에선 그가 대권 3전4기에 도전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측근은 "대한민국이 살 길은 제대로 된 보수가 집권하는 길이라는 게 이 총재 소신"이라며 "이 총재의 대권 꿈이 절박한 만큼 요즘 행보가 더 없이 신중하다"고 말했다.
이런 이 총재에게 10ㆍ29재보선 승리는 단비와도 같았다. 선진당은 텃밭인 충남 3개 선거구를 휩쓸었다. 기세를 몰아 2010년 지방선거 승리로 기반을 다진 이후 범보수 진영 대표주자 자리를 놓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과 경쟁하는 게 이 전 총재의 시나리오라는 말들이 나온다.
이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좌파 10년 정권과 이명박 정부의 실용 대북 정책 노선을 동시에 비판하는 등 '보수 대안주자'로서 방황하는 보수층의 표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꿈은 꾸는 자에게만 이루어진다"는 이 총재의 말이 현실화하기엔 물리적 장벽이 한참 높다. 2012년 78세가 되는 그의 나이와 바닥인 대중 지지도, 의석 18석에 정당 지지율 한자리수인 선진당의 입지, 또 거대 정당 위주의 정치 지형 등 난제가 첩첩이다.
이 총재를 보좌했던 한 한나라당 의원은 "내각제나 정ㆍ부통령제 등 권력 분점 구조로 간다면 이 총재의 공간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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