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새벽 4시30분. 온통 먹구름만 가득한 우리 경제에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계약 체결이라는 대형 낭보가 전해졌다. 40여일간 쏟아 부은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첫 접촉이 시작된 것은 지난달 19일 무렵 .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고 영국, 캐나다, 일본이 줄줄이 미국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면서부터였다.
"우리도 스와프를 개설할 수 없겠느냐"는 가능성 타진에 돌아 온 미국 정부의 첫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당시까지 미국과 통화 스와프 계약을 맺은 국가들의 신용등급은 모두 'AAA'로 우리나라의 'A'등급보다 월등히 높았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만 계약을 맺게 된다면, 다른 신흥 시장국들과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는 반응이었다"고 했다.
더구나 맞교환을 통해 받게 될 유로, 파운드, 엔 등과 달리 원화는 미국 입장에서 필요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통화였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당초 "원화가 통화 스와프 시장에 포함되려면 우선 원화가 국제통화 시장에서 거래돼야 한다"며 부정적 언급을 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측은 굽히지 않았다. 정부와 한은은 '리버스 스필오버(역 전이현상)' 논리로 미국측을 압박했다. 선진국 간에만 통화 스와프를 하는 경우 신흥 시장국의 금융 불안이 선진국에 전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미국계 은행들의 상황도 악화할 수 있다" "미국 국채를 팔아 버릴 수도 있다"는 '협박'도 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은 이 달 중순 미국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 연차총회 기조연설에서 "신흥 시장국 금융 불안이 선진국으로 전이되는 현상을 감안할 때, 통화 스와프 대상을 G20(선진ㆍ신흥시장국 20개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감지됐다. IMF총회 후 강 장관과 면담한 가이스너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열흘 가량 뒤에 결정을 통보해 주겠다"며 긍정적인 언질을 준 것. 이어 한은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실무선에서 4~5일 간의 막판 협상이 이뤄졌고 결국 스와프 규모와 조건 등에 최종 합의를 하는 데 성공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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