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 있는 에도시대 정취…
일본의 후쿠시마현은 한국의 강원도와 비슷하다. 동으론 바다가, 서쪽으론 높은 산자락에 둘러싸여 있다. 골프와 스키로 유명한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웅장한 자연과 전통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120년 전 화산 폭발 후 휴화산으로 머물고 있는 반다이산과 그 뒷산이라는 뜻의 우라반다이산은 후쿠시마의 상징으로 위용을 자랑한다. 우라반다이산에는 모두 19개의 트레킹 코스가 있다.
그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고시키누마 코스를 오르기로 했다. '오색 호수'라는 뜻의 고시키누마 코스를 오르기 전 드라이브 도로를 따라 펼쳐진 골드라인의 단풍이 한창 절정이다.
화산 트레킹은 일반 산행과 무엇이 다를까 궁금한 마음에 걸음이 빨라진다. 트레킹 코스마다 가이드들이 있는데 요금이 생각보다 비싸다. 우리나라에선 자원봉사자도 많지만 이곳에선 1시간 30분 코스 안내에 1만엔이라고 한다.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300개의 크고 작은 호수들. 첫 번째 호수에 이르자 가이드가 물빛을 잘 기억해두라고 당부한다. 길은 그리 험하지 않고 아기자기한 오솔길이다. 산책하듯 천천히 단풍을 감상하기에 적당하다. 노랗고 붉은 단풍 사이로 적송의 푸르름이 어우러져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두 번째, 세 번째 호수에 다다르자 정말 호수마다 물빛이 제각각이다. 화산 폭발 후 토양은 알칼리와 산성으로 나뉘었고, 그 각기 다른 토양에서 흘러나온 성분이 다른 물이 섞이면서 옥색, 붉은색, 초록색 등 다양한 빛깔을 띠게 되었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자 물빛의 의문이 풀렸다. 하나의 호수에 초록색, 붉은색, 옥색이 나뉘어져 마치 물감을 섞은 것처럼 진기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120년 전의 뜨거운 기억을 품은 반다이산이 300개의 호수마다 웅장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우라반다이산을 보듬는 듯하다. 우라반다이의 가을은 호수들의 물빛이 단풍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오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400년 전 에도 시대 무사들의 숙박시설인 오오우치주쿠도 둘러볼 만 하다. 당시 여관으로 쓰였던 건물에서 주민들이 실제로 살면서 음식을 팔고 있다. 양쪽으로는 수로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옛 정취를 더한다.
이곳은 내전을 피해 천황의 아들이 도쿄로부터 피신해 와서 잠시 머물렀던 곳으로 유명하다. 지역 주민들은 천황 아들의 목숨을 구해준 선조들에 대한 자부심이 아직도 대단하다고 한다.
오오우치주쿠에서는 타카토 소바를 꼭 맛봐야 한다. 오오우치주쿠 초입에 자리잡은 식당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이 메밀국수는 젓가락 대신 대파를 사용해서 먹는데 한때 일본 전역에 소개돼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생대파의 매운 맛이 간장으로 맛을 낸 국물과 어우러져 깔끔하고, 함께 나오는 호박튀김은 입안을 개운하게 한다. 오오우치주쿠 입구에 유일한 소바 식당인 이곳엔 일본인 관광객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진다.
오오우치주쿠에서 차로 약 20분 정도 가면 100만년 동안 침식과 풍화의 반복으로 생긴 토노헤츠리가 자리잡고 있다. 강을 따라 우뚝 솟은 기암이 제 모습을 뽐내며 관광객을 맞이한다. 강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를 건너면 기암 안쪽까지 가 볼 수 있다. 발 아래로 굽이치는 강을 내려다 보니 순간 다리가 휘청거리며 아찔하다.
에도 시대 축성된 쓰루가 성은 아침 일찍부터 사람들로 북적인다. 일본의 내전인 보신전쟁이 벌어졌던 이 성은 학이 하늘 높이 날개를 편 모습과 흡사하다고 해서 쓰루가(학)로 불린다.
내전 당시 250여명의 젊은 무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슬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2차대전 때 미군 폭격으로 소실된 것을 1965년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지었다고 한다. 성을 둘러싼 성벽은 400년 전 처음 지을 당시 그대로이다.
성의 맨 꼭대기 5층의 천수각은 전망대와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는데 후쿠시마현 아이즈지역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유물들과 역대 영주들의 유품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아이즈와카마츠시 전경과 반다이산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데 안타깝게도 흐린 날씨 탓에 설명을 듣는 것으로만 만족해야 했다.
후쿠시마(일본)=글·사진 이승현기자 leesh3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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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의 바다… 쇼핑 천국 센다이
일본 미야기현의 중심인 센다이시는 숲의 도시다. 히로세강이 도시 전체를 관통하며 흘러 자연과 현대적 도시의 앙상블이 이채롭다. 또 도호쿠 지방 최고의 도시답게 각종 볼거리를 간직하고 있다.
마츠시마만은 천년 고찰 즈이간지와 일본 3대 절경인 고다이도가 있어 관광객들에 가장 인기있는 곳이다. 828년 창건 후 1604년 지금의 모습으로 재건된 즈이간지의 입구는 부안 내소사의 전나무길처럼 키 큰 삼나무가 양쪽으로 쭉쭉 뻗어 있어 그 역사를 짐작하게 한다. 천황과 영주만이 드나들 수 있었다는 나카몬(중문)등 국보를 2점이나 보유하고 있다.
국보인 본당 건물은 세월을 더하며 나무 원래의 색이 배어나와 단아하면서 깊은 맛을 준다. 본당 회랑의 나무문은 평소 닫혀 있는데 이곳을 방문한 날은 마침 사찰행사가 있어 활짝 열려 있었다.
안내하는 스님은 보기 드문 장면을 보게 되어 행운이라고 했다. 스님이 즈이간지는 한국과도 깊은 인연이 있다며 가리킨 것은 본당 앞에 자리잡은 400년이 넘은 매화 두 그루다. 임진왜란 당시 영주가 조선에서 가져와 심었다니 감회가 남다르다.
본당 안에 있는 장지벽화도 볼만하다. 원본은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고 회랑에 걸린 것은 그 복사본이라고 한다. 복사본을 만드는 데만도 대략 40억원이 들었다고 하니 문화재 보존에 대한 일본인들의 열정은 배울 만 하다.
즈이간지 입구에 있는 작은 나무다리를 건너면 고다이도다. 12간지를 이용해 방향을 표시했다는 이 사당은 마츠시마만의 태평양을 조망하며 절경을 감상하는 명소이다.
센다이시는 천혜의 자연환경 외에 쇼핑과 젊음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올해 9월 문 연 미츠이아울렛 파크 센다이항은 유명 외국 브랜드 등 120여개의 점포가 입점한 도호쿠 지방 최고의 쇼핑 시설이다.
특산물 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광어 민어 등 생선살로만 만든 고급 어묵인 카바보코 등 미야기현의 특산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아울렛 입구에는 센다이항과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회전 관람차가 있어 단연 인기다. 관람차를 타기 전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는데 사진 한 장에 800엔이나 한다.
작년에 문 연 쇼핑 시설인 이온몰 나토리 에아리도 가볼 만 하다. 센다이공항에서 가깝고 대형할인점인 저스코와 미츠코시 백화점이 함께 붙어 있어 관광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센다이=글·사진 이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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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후쿠시마·센다이
● 센다이까지는 인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이 매일 출항한다. 인천공항-후쿠시마를 잇는 아시아나항공 정기 노선은 월, 목, 토요일 주3회이고, 전세기를 포함하면 매일 출항한다.
● 도쿄에서 신칸센을 이용할 경우 후쿠시마까지는 1시간 20분, 센다이까지는 1시간 40분 걸린다.
● 센다이 시내 관광은 센다이역에서 3~1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루프르센다이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 미야기현박물관과 시내 전경을 조망할 수 있는 아오바 성터 등 도심 곳곳 관광 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요금은 성인 하루 이용권이 600엔.
● 쇼핑가인 이자카야의 상점과 음식점은 대부분 오후 9시에 문을 닫는다.
● 후쿠시마와 센다이 지역 관광 안내는 ㈜ICC (02)737-1122.
● 후쿠시마현 한글 공식홈페이지 http://fukushima.japanp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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