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대선 후보를 겨냥한 테러 가능성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4년 전 대선에서처럼 알 카에다 등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테러 가능성은 줄어 들었지만, 알 카에다 못치 않은 극단주의자들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9일 흑인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네오나치(Neo-Nazi)주의자로 불리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잠행을 끝내고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FBI에 따르면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한 지난해 2월 이후 대선 후보 및 부통령 후보 등을 겨냥한 크고 작은 위협행위가 650건 이상 포착됐다. 이 가운데 인종적 편견에 사로잡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를 겨냥한 사건이 100여건에 달했다. 대부분 네오나치 단체나 인종주의자들이 개입한 것으로 FBI는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8월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마약과 권총을 소지하고 오바마 후보를 암살하려 한 네오나치주의자 3명이 붙잡혀 미국 사회에 충격을 줬다.
이 달 중순에는 버지니아주 로아노케에서 악명 높은 네오나치주의자 빌 화이트가 체포됐다. 화이트는 인종적 편견에 사로잡힌 동료가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 받자 배심원에게 폭력을 행사하려 했다. FBI 조사에 따르면 화이트는 자신이 발행하려 했던 '국가사회주의자'라는 잡지에서 오바마 살해를 암시하는 글을 적었다.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그는 "모든 유대인과 마르크스주의자는 죽어야 마땅하다"며 극단적인 망언을 쏟아냈다.
오바마 암살 계획을 세웠다 이번 주 초 붙잡힌 네오나치주의자 2명의 인종적 편견도 위험 수준이다. 그들은 턱시도를 입고 차를 타고 가다 소총으로 오바마를 쏘려는 계획을 논의했다. 흑인 14명을 참수하고 일반 시민 88명을 암살하려는 계획도 짰다. '88'이라는 숫자는 네오나치주의자들이 존경하는 아돌프 히틀러와 연관된 '히틀러 만세'(Heil Hitler)에서 알파벳 여덟번째 문자인 H를 상징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마이클 워드 FBI 반 테러 담당 부국장은 "올해 대선에서는 우려했던 알 카에다의 테러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위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2004년 대선을 앞두고 공개됐던 오사마 빈 라덴의 메시지 같은 이슬람 단체의 구체적인 위협행위가 사라진 대신 백인우월주의자가 활개를 치고 있다는 뜻이다. 워드 부국장은 "네오나치가 부활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 목소리가 커진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네오나치주의자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기 때문에 정보당국의 감시망에 포착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감시가 강화되면서 활동이 은밀해졌다. 네오나치 활동을 감시해 온 마크 포톡 앨라배마 빈곤법률센터 연구원은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살해 위협을 일삼아 왔지만 웹사이트에서는 거의 노출이 안 되고 있다"고 전했다. FBI는 현재 정보망에는 안 잡히면서 분노에 사로잡혀 홀로 계획을 세워 활동하는 극단주의자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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