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조사 난맥상을 보였던 미국 2000년과 2004년 대선의 혼란이 이번 선거에서도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원인은 조금 다르다. 당시는 출구조사의 샘플이 너무 작은 상태에서 방송사들이 무리하게 승자를 예측하려 한 게 잘못이었으나, 이번에는 전례 없는 조기투표 열풍이 출구조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우편이나 투표장 투표를 이용한 조기투표를 실시했거나 실시중인 주는 전체 50개주 중 32개에 달한다. 이 때문에 조기투표율은 2004년 22%에서 35%로 급증하고, 전체 투표율 중 조기투표율이 차지하는 비율도 30%가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존 매케인 공화당 캠프의 여론조사 전문가인 빌 매킨토프는 "(조기투표의 영향으로) 투표율이 60년, 68년 대선 이후 보지 못했던 수준에 접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투표에 참가한 유권자가 '마의 벽'인 1억 3,000만명을 깰 수도 있다"고 29일 전했다.
문제는 일찌감치 투표권을 행사한 유권자들의 숫자가 예상을 크게 넘어서면서 투표 당일 출구조사가 전체 표심을 가늠하는 데 상당한 오차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박빙의 판세를 보이고 있는 일부 경합주들은 출구조사로 승자를 판단하기 힘든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결국 조기투표의 결과가 선거인단의 향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전체 대선판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조기투표를 정확히 반영하지 않을 경우 출구조사가 엄청난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얘기이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조기투표에 대한 조사 결과는 "투표 당일 가중치로 적용해 반영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조기투표는 "누구를 찍었느냐"고 묻는 출구조사와 달리 얼마나 많은 민주당원이나 공화당원이 투표에 참가했는가를 묻는 것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실제 어느 후보에 표를 던졌는지는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오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조기투표의 패턴이나 인구분포가 출구조사에 어떻게 반영될지, 선거인단 지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연구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조기투표는 일부 주의 경우 다음달 1일까지 계속되는데, 민주당 유권자들의 참여가 공화당 유권자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합주 중 하나인 노스캐롤라이나는 조기투표자의 58%가 민주당 명부등록 유권자들로 공화당의 25%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플로리다 아이오와 뉴멕시코에서도 민주당 유권자들이 훨씬 많다고 주 선관위는 밝혔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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