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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회 한국일보문학상 본심 후보작가 인터뷰] <2> 김중혁·김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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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회 한국일보문학상 본심 후보작가 인터뷰] <2> 김중혁·김태용

입력
2008.10.3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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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

"제 소설은 철학책보다는 잡지에 가까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때그때 가볍게 읽히고 쉽게 지나쳐 버리는 듯하지만 오랜 시간이 쌓이면 독특한 역사가 되는…."

사물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 때문에 머릿속이 온갖 잡동사니로 들끓을 것 같은 이가 있다. 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 의 작가 김중혁(37)씨가 바로 그렇다. 이 책에 손수 그린 카세트테이프 모양의 일러스트 위에 쓰여진 작가의 말이 이채롭다. '이 소설집은 제가 여러분께 드리는 녹음테이프입니다. 테이프 속에는 모두 여덟 곡의 노래가 녹음되어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DJ 지망생, 공연 기획자, 악기점 주인 등 소설 속 등장인물에서 살필 수 있듯 여덟 편의 작품은 '소리'를 중심으로 교묘하게 맞물려 있다.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게 소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허공에 떠다니는 소리들을 문장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는 것이 김씨의 말이다.

라디오, LP음반, 타자기 등 잊혀져가는 사물에 관심을 보였던 그의 첫 소설집 <펭귄뉴스> 에 이어 이번에도 김씨는 사물의 세계에 놀랄 만한 집중을 한다. 피아노, 제품 매뉴얼, 오르골 같은 것들이다.

"어려서부터 겁나게 놀았어요. 오락실에서 오락하며 놀고, 팝송 들으며 놀고, 야구잡지 영화잡지 음악잡지 보면서 놀고, 영화 보면서 놀았어요" 이렇게 말하는 그의 소설은 역사, 이념, 철학을 토론하며 공동체적 가치를 위해 헌신했던 386세대에 대비되는, 개인의 취향을 중시하고 즐거움을 생의 절대가치로 여기는 대중문화 세대의 응답으로도 읽힌다.

같은 의미에서 그의 소설은 어두운 술집에 앉아 인생의 심각함을 토로하는 도구라기보다는 밝은 대낮의 놀이터에서 삶과 어울려 놀 수 있는, 인생을 바라보는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안경'으로 여겨진다.

김씨는 현재 좀비를 소재로 한 장편소설을 쓰고 있으며 앞으로는 미술, 음악, 사진과 관련된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지금까지 제 소설이 대체로 기술문명의 발달로 퇴화된 인간의 감각을 살리자는 얘기를 했다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큰 주제는 없어요. 단지 제 소설을 읽고 즐거워하는 독자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 작품 속 이 구절

"나는 여전히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가끔 연주회도 열고 몇 년에 한 번씩 음반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10년 전에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지 않았고, 그래서 비토 씨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위대한 피아니스트가 되었을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비토 씨의 표현을 빌려서, 자동피아노처럼 계속 연주를 했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피아니스트가 되었을까? 나는 그런 식의 질문이 내 안에서 생겨날 때마다 비토 씨의 말을 떠올린다. 음악은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소멸되는 것입니다. 그 말은 나를 괴롭히지만 때론 편안함을 주기도 한다. 피아노의 건반을 누를 때마다 세상의 어떤 음악이 나를 관통한 다음 연기처럼 사라져버린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라진 음악은 모두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냥 사라져버리는 것일까? 나는 그 음악들이 비토 씨에게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35쪽)

■ 프로필

1971년 경북 김천 출생. 계명대 국문과 졸업. 2000년 계간 '문학과 사회'에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음식잡지, 여행잡지에서 3년여 기자 생활. 소설집 <펭귄뉴스> . 2008년 '엇박자 D'로 제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

도면과 지도와 전자제품 매뉴얼에 관심이 많다. TV는 전혀 보지 않으며 MP3에 저장돼있는 노래는 총 2,588곡. 소설을 구상할 때 낙서를 즐겨하며, 직접 그린 카툰을 곁들인 에세이 출간이 목표. 다루는 악기는 통기타.

이왕구기자

사진 신상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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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집 '풀밭 위의 돼지'

"소설가는 이야기꾼이라고 하지만, 이야기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이 난장을 이루는 소설집 <풀밭 위의 돼지> 의 김태용(34)씨는 알쏭달쏭한 말로 자신의 소설적 전략을 요약했다. 파편화된 시간의 흐름, 이야기의 해체 등을 통한 반(反)서사가 그의 전략이다. 이인성, 정영문 같은 한국문단의 전위적 아웃사이더들이 외롭게 걸어가고 있는 그 길에 발을 들이겠다는 것이다.

"습작기에는 사실 소설보다 시를 더 많이 읽었다"는 그는 지금 언어와 사물의 관계를 붙잡고 씨름한다. "언어는 정말 몹쓸 것이며 악덕의 근원이라고 생각했다"(단편 '중력은 고마워'에서)

같은 노골적 언명이 아니더라도, 그는 말하자면 로고스적 언어의 해체에 몰두한 데리다의 철학적 탐구를 육화시킨다. 그의 주인공들은 '고양이'를 '돼지'로 부르기도 하고, 인간의 말 대신 ???이라는 돼지의 언어로 소통하기도 한다.

단어의 고정불변한 의미가 삭제된 그의 문장 속에서 3인칭 대명사는 '그 사람'이 아닌 '사람'이다. 자동기술법에 의한 의미없는 단어들의 나열, 동어반복 등은 그가 편애하는 소설적 도구들.

데리다를 깊숙히 파고든 것일까? 그러나 그는 "나는 다른 사람의 사유로 소설을 쓰지 않아요. 사물과 언어에 대한 내 기억을 끌어내 썼습니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이 튀어나왔을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소설에서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코드는 '아버지에 대한 부정'이다. 그의 작품 속 아버지들은, 죽은 아내가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치매에 걸린 노인이거나, 죽은 뒤 작은 병 속에 갇혀 목소리만 살아있거나, 오쟁이진 아내를 묵인하는 무기력하고 우스꽝스러운 존재다.

"가장 공격하기 쉽고, 위반하기 쉬운 존재들이 아버지 아닐까요"라는 그는 "소설 속 아버지들은 생물학적인 아버지로서 뿐아니라 우리를 태어나게 한 기성의 관념, 기성의 권력이라는 관념도 내포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가부장적 권위를 희화시키는 그의 작업은 그렇게 '스위트홈'이란 말로 상징되는 가족이데올로기 이면에서 들끓는 부조리한 욕망들을 폭로하기 위한 것. "번드르르한 포장 뒤에는 인간의 추악한 모습들이 있지요. 작가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 말하지 못하는 것을 말해야 하는 존재가 아닌가요?"

■ 작품 속 이 구절

"그와 당신이 분명 현실적인 존재라고 해도 나는 현실 속으로 그대로 돌진할 수 없고 현실의 조작된 언어로 설명할 수 없다. 그와 당신의 존재는 현실의 철창을 어렵게 통과하다 상처를 입은 파편적인 이미지를 통해서만 나에게 다다른다… 그와 당신으로부터 파생된 세계의 얼룩진 이미지를 통해 나를 실현하고자 한다. 그와 당신을 위해 현실의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하나의 명징한 이미지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눈을 감는다. 여전히 잠이 오지 않는다. 잠이 들 때까지 나는 오랫동안 깨어있을 것이다."(173쪽)

"내가 침묵으로 농락하고 저항하고 싶은 세계의 이면 안에 웅크리고 있는 존재들이 떠버리처럼 끊임없이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너무나 많은 말이 순식간에 들려오는 바람에 그 어떤 말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애초에 그것은 말이 아닌, 말 이전의 상태에 놓인, 말이 되려고 애쓰지만, 결코 말이 될 수 없는, 짐승 같은 언어들에 불과할지도 모른다."(225쪽)

■ 프로필

1974년 서울 출생.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5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오른쪽에서 세번째 집'을 발표하며 등단. 첫 소설집 <풀밭 위의 돼지> 출간.

군 제대 후 B급 영화, 호러 영화 등을 불법 복제한 비디오를 팔아 용돈을 벌었음. "좋지. 뭐"라는 말버릇 때문에 동료들이 '조치(朝痴)' 라는 호를 붙여줌. 시계도, 창도, 침대도 없는 고시원에서 원고를 쓴다. 소설가 한유주, 시인 이준규 등과 동인 '루' 를 결성해 활동 중. 동화작가 지망생인 세 살 연상의 아내와 1남 1녀.

이왕구 기자 fab4@hk.co.kr

사진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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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문학상과 나/ 신경숙 <제26회·1993년 수상>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던 때가 1993년이니 벌써 십오년 전 일인가 보다. 첫 장편소설을 쓰느라 온 마음이 거기에 쏠려있던 그해 초여름 오후에 기자가 전화를 해서 <풍금이 있던 자리> 가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품으로 선정되었다고 알려줬다.

내 첫마디는 "내가요?"였다. 그때는 지금처럼 심사과정을 중계하듯이 알리는 때도 아니었고 나 자신도 내가 무슨 상 수상자가 되리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어서 수상소식은 어느날 오후에 갑자기 듣게 된 아주 낯선 말이었다.

인터뷰 시간까지 잡고 전화를 끊은 후에도 수화기를 든 채 한참을 가만히 이게 무슨 일이지? 헤아렸던 것 같다. 그리고 잔물이 서서히 밀려와 해변을 가득 채우듯이 한참 후에야 한국일보문학상을 받는다고? 내가? 신기하고 놀라서 얼굴이 확 붉어졌던 것 같다.

한국일보문학상은 내가 받은 첫 문학상이다. 나중에 들으니 기존 수상자들 중 그때까지는 최연소이며 스물몇번째로 이어져 내려오던 수상자들 중 두 번째 여성 수상자라고 했다. 솔직히 한국일보문학상이 얼마나 좋은 문학상인지는 원체 실감이 없었던 일이라 잘 몰랐고 수상 후에야 크게 실감했다.

왜냐면 모두들 진심으로 축하해주었고 부러워했으니까. 수상식장에 가보니 까마득한 후배의 수상식장에 나는 한번도 뵌 적이 없는 어른들이, 심지어는 김지하 선생님까지 와 주셨다.

시상식이 끝난 후에 나의 수상소감을 들었다는 이가 없었다. 그렇게 나를 축하해 주려고 많은 사람들이 와 있는 자리에 서 보는 게 처음이라 그만 얼어서 목소리가 점점 안으로 안으로 잦아들어 나중에는 나 혼자 웅얼웅얼거렸던 기억. 이처럼 한국일보문학상은 나에겐 내 서른살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한국일보문학상은 젊다. 내가 그랬듯 젊은 작가들일수록 여러 문학상들 중 한국일보문학상에 의미를 많이 둔다.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한국일보문학상은 작가로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통과의례가 된 것 같다는 느낌도 받는다. 그래서인지 나의 이력을 쓸 일이 있을 때도 한국일보문학상 수상 이라고 적는 순간은 항상 뿌듯하고 담백하게 기쁘다.

그 기쁨은 후배 젊은 작가들이 독보적인 자기만의 세계로 그동안 한국일보문학상을 꾸준히 빛내왔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올해도 선배 수상자들을 긴장시키는 아름다운 수상자가 나와서 함께 실컷 기뻐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신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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