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통화 스와프 협정 성사를 두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30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합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강만수 재정부장관과 이성태 한은 총재 등 두 기관의 수장은 물론 야전 사령관 역할을 한 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과 이광주 한은 국제담당 부총재보(이사) 등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해 준 덕분이라는 얘기였다.
강 장관과 이 총재도 기자회견에서 서로에 대한 노고 치하를 잊지 않았다. "프론트(전방)에서 열심히 뛰어준 한은에도 감사한다"(강 장관) "정부도 나름대로 상대국 정부와 접촉하면서 많이 노력했다"(이 총재)
그러나 공개적으론 덕담이 오갔지만, "누구의 공인가"를 놓고는 팽팽한 신경전에 '뒷담화'까지 난무했다. "밥상은 우리가 차렸는데 저쪽에서 숟가락을 얹으려 한다"며 서로 공을 차지하려는 볼썽사나운 모양새다. 특히 재정부는 이번 스와프 계약성사를 내심 '강만수 퇴진론'의 반전카드로 띄우는 분위기이고, 한은 역시 '위기과정에서 팔짱만 끼고 있다'는 비난여론을 희석시키려는 인상이 짙다.
재정부는 한은측이 이날 꼭두새벽(6시30분)에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한 데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재정부 한 관계자는 "협상 과정에서 거의 손을 놓고 있던 한은이 결과가 나오자 재빨리 선수를 치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심지어 "한은 측이 전날 오후까지도 통화 스와프 계약 체결 사실도 모르고 있어서 청와대 보고 과정에서 혼선까지 빚었다"는 불만까지 터져 나왔다.
한은은 극비리에 진행되던 협상내용을 재정부측이 사전에 흘렸다며 잔뜩 볼 멘 소리다. 한은 관계자는 "최종 결정이 나기도 전에 정부가 먼저 정보를 흘린 것은 언론 플레이를 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은이 이번 협상에서 실무 역할에 그쳤다는 정부측 주장에 대해서는 더 발끈했다. 한 관계자는 "협상 파트너가 미국 재무부가 아니라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라며 "당연히 한은이 주도적으로 협상을 진행했는데 정부가 공을 가로채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kr ytlee@hk.co.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