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고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고독

입력
2008.10.31 00:09
0 0

홀로 문상을 갔는데, 아는 사람이 상주밖에 없을 때가 있다. 무료히 있다가 바삐 일어설 수밖에 없다. 잔치 분위기로 가득한 결혼식장에서도 그럴 때가 있다. 가족들, 불알친구들, 학교친구들, 직장인들 떼를 지어 즐거워하고 있는데, 아는 이가 결혼하는 이밖에 없어서, 외로운 밥이나 먹고 돌아오는 것이다.

때로는 동문회 같은 데서도 외로워질 수가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학번끼리 세대끼리 소속 동아리끼리 갈라지고 끼리끼리 놀게 된다. 안타깝게도 어느 '끼리'에도 못 끼는 수가 생기곤 하는 것이다. 내가 속한 학번이나 세대나 동아리였던 이가 없어, 있더라도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어느 결엔가 혼자 멍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문상이든 결혼식이든 동문회든 체육대회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게 자랑인 자리인데, 그런 곳에서 엄청난 고독을 맛보게 되니 '군중 속의 고독이구만!'이라는 자탄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고독한 개인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데는 시상식이나 기념회다. 유대관계도 부족하고 다들 간만에 만난 사이다 보니 아예 처음 보는 사람도 많다 보니 군중 속의 즐거움보다는 시시때때로 군중 속의 고독에 빠지는 이들이 더 많다. 어쩌면 고독이 뻔하고 넘치는 곳으로 가야만 할 때가 많은 것이, 사회생활이다.

소설가 김종광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