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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담은 바느질, 엄마표 옷 입은 내 아기는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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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담은 바느질, 엄마표 옷 입은 내 아기는 달라!

입력
2008.10.3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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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출산을 앞둔 예비엄마 서지은(회사원ㆍ27)씨는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실과 바늘부터 잡는다. 앞으로 태어날 첫 아기의 옷가지들을 직접 만들기 위해서다.

임신 초기부터 직장 근처 문화센터에 다니며 만들기 시작한 아기용품은 배냇저고리부터 모자, 턱받이, 조끼, 신발, 이불, 베개, 인형에 이르기까지 어느새 한 살림이 됐다.

서씨는 "직장에 다니느라 따로 태교 할 시간이 없어 고민하다가 바느질이 태교에 좋다는 말을 듣고 시작하게 됐다"며 "아기도 자기 물건을 만드는 걸 아는지 뱃속에서 더 잘 노는 것 같다"고 흐뭇해 했다.

남편 박봉준(회사원ㆍ29)씨도 "아내는 허리가 아프다고 투덜대면서도 밤 늦도록 아기 옷을 만드느라 바늘을 놓지 못한다"며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사랑이 대단한 것 같다"고 웃었다.

■ 엄마표 아기옷 만들기 붐

아기 옷을 직접 만드는 젊은 엄마들이 늘어나고 있다. 공장에서 붕어빵처럼 찍어내는 배냇저고리 대신 한 땀 한 땀 직접 바느질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엄마표 아기옷'을 입히고 싶은 예비엄마들의 정성이 'DIY 아기옷'이라는 새로운 '유행 브랜드'를 만들어낸 것.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울펠트로 만드는 신생아 용품' 강좌를 가르치고 있는 박규옥 강사는 "직접 아기용품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강좌를 찾는 수강생들이 불과 3~4년 전과 비교해도 30~40%가량 늘었다"며 "예전에는 젊은 여성들이 바느질 같은 건 남의 일로 생각하던 게 보통이었지만 요즘은 모든 것을 아기 중심으로 생각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엄마표 아기옷을 만든다고 해서 이들이 본래 바느질에 소질이 있던 '살림의 여왕'들은 아니다. 그들도 학창 시절에는 "뭐 하러 바느질 같은 걸 배우냐"며 실과나 가정시간을 짜증스러워 했던 여학생들이었다.

강좌 초반에는 박음질이 뭔지도 모르고 그저 바늘에 실만 꿸 줄 아는 수강생들이 대부분이라는 게 박규옥 강사의 귀띔. 남편의 구멍난 양말은 꿰매기 귀찮지만, 내 아기에게 뭔가 특별한 것을 해주기 위해서라면 예전에 배웠던 감침질이며 공그르기도 새삼 다시 배울 수 있는 게 요즘 젊은 엄마들이다.

■ 태교에 좋은 'DIY 아기옷'

엄마표 아기옷의 유행에는 무엇보다도 내 아기만은 남들과 다르게 키우고 싶다는 젊은 엄마들의 심리가 강하게 반영돼 있다. 특히 엄마들이 손을 많이 움직이면 뱃속 아기의 머리가 좋아진다는 속설이 퍼지면서 아기옷 DIY에 나선 예비엄마들이 급증했다.

박규옥 강사는 "의학적으로 규명된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의 섬세한 손놀림이 아기의 수학적 능력을 발달시킨다는 얘기가 있다"며 "머리 좋은 아이를 만들기 위해 태교 삼아 강좌를 듣는 예비엄마들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태교에 꼭 그런 직접적인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한 가지 작업에 집중해야 하는 바느질의 속성 상 임산부의 마음을 차분히 진정시켜 주는 효과도 있다.

두 달 전 첫 아기를 낳은 직장인 최수연(29)씨는 "임신 초기에는 뱃속에 아기가 있어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데 배냇저고리와 손싸개, 신발 같은 아기용품을 만들면서 아기의 존재를 실감하고 많이 생각하게 됐다"면서 "임신으로 초조하고 불안할 때가 많았는데 바느질이 마음을 차분하고 편안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인터넷 DIY 재료면 3일 만에 뚝딱

아기옷을 직접 만든다고 하면 유난스럽고 극성맞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막상 시도해 보면 생각보다 훨씬 쉽게 아기옷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엄마표 디자이너'들의 중언이다. 재단된 원단만 있으면 배냇저고리는 4~5시간, 이불은 천 잇고 솜 넣고 하는 데까지 3, 4일이면 충분히 완성할 수 있다.

패턴(본)이 있다면 원단을 사다가 재본을 한 후 본대로 바느질하면 되고, 재본이 부담스럽다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재단된 원본을 구입하면 된다.

비용은 완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비싼 것이 사실. 보통 1만원 안팎이면 배냇저고리 한 벌을 살 수 있지만, DIY 배냇저고리는 2만원 가까이 비용이 든다. 원단에 따라 수입산이나 유기농은 훨씬 더 비싸다.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DIY 아기옷은 패턴이 쉽게 제작돼 있어서 설명서만 꼼꼼히 읽어도 어렵지 않게 아기옷을 만들 수 있다. 바느질에 들어가기 전 박음질이나 홈질, 감침질, 공그르기 등 몇 가지 바느질법과 바이어스 테이프 같은 용어만 다시 환기해 두면 된다.

글·사진=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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