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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수정권고/ 교과부, 보수단체 수정요구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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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수정권고/ 교과부, 보수단체 수정요구 반영

입력
2008.10.3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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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30일 내놓은 고교 2ㆍ3학년용 역사(한국근ㆍ현대사) 교과서 수정 권고안은 보름 전 국사편찬위원회가 제시했던 이른바 '서술 가이드라인'을 100% 충족시켰다고 할 수 있다. 집필진들이 자체 수정하기로 한 102건을 제외한 55건의 정부 수정 권고안 모두 서술 가이드라인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교과부가 국방부 통일부 등 정부 일부 부처와 교과서 포럼 등 보수단체로부터 수정을 요구받았던 253건에 대한 수정 여부 검토를 위해 구성한 '역사교과 전문가협의회'는 "대한민국은 정통성 있는 국가이며, 북한 유일 체제의 문제점 등을 객관적으로 기술하라"는 서술 가이드라인의 핵심을 수정 권고안에 대부분 반영했다.

향후 관건은 수정 권고안을 넘겨받은 출판사와 집필진의 태도다. 이들이 수정안을 받아들이면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한국근ㆍ현대사 교과서 문제는 수면 밑으로 잠길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이슈로 번질 기미가 있는 역사교과서 갈등은 일단 봉합되는 것이다. 문제는 반대 경우다. 집필진이 수정을 거부하면 사태 악화는 기정 사실화 할 전망이다.

■ 금성출판사 한국근현대사 무더기 손질

교과부 수정 권고안에 가장 많이 포함된 교과서는 금성출판사가 펴낸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다. 모두 31건에 대해 수정 권고 조치가 내려졌다. 광복과 연합군 승리를 부정적으로 기술했거나, 분단 책임을 대한민국에 전가한 부분, 북한 정권을 잘못 서술한 부분 등을 손질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연합군이 승리한 결과로 광복이 이루어진 것은 우리 민족 스스로 원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데 장애가 되었다"(253쪽)는 부분은 분단의 원인을 외인(外因)론으로만 해석한 서술이어서 삭제 또는 수정 토록 했다.

262쪽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에 대해 정치 세력들은 서로 다른 견해를 보였다. 이승만과 한국민주당은 찬성한 반면, 좌익세력은 남한 정부의 수립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곳곳에서 벌였다"는 부분도 분단의 책임에 대해 학습자들이 오해할 소지가 커 보완 서술토록 했다.

법문사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259쪽도 손질이 가해졌다. "6ㆍ25 전쟁은 이후 남북한 정치 상황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승만 정부는 반공을 국시로 삼고 야당을 탄압하면서 독재정치를 꾀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반대파를 제거하고 반미감정으로 주민들을 결속하면서 유일 지도 체제로 나아갔다"는 부분의 '김일성 유일지도체제'는 독재정치임을 반영해 서술하도록 했다.

■ 집필진 수용 여부는 안개

교과부가 국사편찬위로부터 서술 가이드라인을 받은 지 보름 여 만에 50건이 넘는 정부 수정 권고안을 마련했지만 앞으로 갈 길은 멀다. 당장 집필진의 수용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교과부는 집필진이 수정 권고를 따를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다.

교과부 고위관계자는 "강제로 수정을 요구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그래서도 안될 것"이라며 "하지만 전체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내용을 고치는 게 바람직하다는 권고인 만큼 집필진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서울 A고 역사담당 이모 교사는 "이미 몇 차례 검정을 거쳐 내놓은 역사교과서라는 점을 감안하면 집필진들이 수정 권고안대로 내용을 고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좌편향 논란 불식도 교과부로서는 부담이 되는 대목이다. 교과부의 수정 권고안 중 상당수가 불필요한 수식어 표현을 지적하거나, 일부 단어의 삭제 또는 보완 등을 요구한 것들이어서 개정 수준의 대폭적인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일부 보수단체가 만족할 지 의문이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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